헌재서 발언 논란…2년 반 재임기간 행보 ‘정반대’ 가까워
22대 개원식 ‘대통령 첫 불참’·부정선거 주장 등 국회 무시
비판적인 언론은 노골적 탄압…계엄 때 단전·단수 지시도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와 언론을 ‘초갑’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분석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 반 동안 보인 행보는 정반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재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나와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을 생각이 없었고 만약 막았다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정작 그간 국정운영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과 언론의 역할을 무시하는 행태를 반복해 논란이 일었다.
야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2022년 9월 미국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사태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당시 발언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주장했다. 비속어를 동원해 지칭한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야당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더라도 야당 비하이자 국회 예산심의권을 부정하는 발언이지만, 대통령실은 국회에 이 발언과 관련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초유의 국회 무시 기록은 계속 쌓였다. 윤석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총 37개로, 12년간 집권한 이승만 전 대통령(45개)을 바싹 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 25개 법안에 거부권을 썼다. 제1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거부하다가 22대 총선 참패 후에야 한 차례 만났다.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고, 국회 시정연설에도 나서지 않았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야당 활동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해 비상계엄에 나서면서 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 총선이 “부정선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언론 관계에서도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이어갔다. ‘바이든-날리면’ 사태 당시에는 MBC를 고발하고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 출근길 문답은 초반 시행 후 중단했다. 지난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기자를 향해 대통령실 참모가 “무례하다”고 한 것도 같은 인식을 드러낸다.
방송 장악을 위한 인선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인 이동관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 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다. 이진숙 위원장은 내정 발표 직후 “방송이 흉기라고 불린다”며 언론 장악 의도를 공공연하게 알렸다. 비상계엄 사태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 MBC 등 비판적인 언론사의 단전과 단수를 지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와 언론이 “초갑”이라는 발언에 대해 “대통령과 같이 일을 해본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처음부터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고 그 기반은 자기 확신”이라며 “언론이나 참모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될 만큼의 확신을 유튜브가 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