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자 했다…좋은 구호면 쓰면 되는 것, 중요한 건 실천”
탈이념·탈진영 행보…미 대사대리 접견서 한·미 동맹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조지프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당대표실에 새롭게 건 백드롭(배경막·사진)의 문구가 윤석열 정부의 구호와 겹친다는 일각의 지적에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그게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회색 고양이든 무슨 상관 있겠나”라며 “탈이념” “탈진영”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발언을 자청해 “(당대표 회의실) 백드롭에 ‘다시 민주주의, 다시 대한민국’이 윤석열 대통령실 벽에 걸려 있는 구호와 똑같다며 갑론을박이 있는 것 같다”며 “알면서도 제가 쓰자고 했다. 말이 무슨 죄겠나.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일 당대표실의 배경막을 ‘회복과 성장 다시 大(대)한민국’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대표 슬로건인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와 겹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제 신인도도, 국격도 다 추락했기 때문에 우리의 핵심 과제는 다시 이 위대함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이념” “탈진영”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헛된 말, 헛된 이념, 진영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탈이념, 탈진영의 실용주의로 완전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썼던 구호면 어떠한가. 좋은 구호면 쓰면 된다”면서 “말이 오염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구호’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재소환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군사 쿠데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리 근대사에 가장 부정의한 사람이 바로 전두환이다. 사욕을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며 “이 사람이 쓴 말이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가장 부정의하면서 ‘정의’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조지프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앞으로도 우리 한·미관계가 더욱더 돈독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특별히 지난 계엄 이후에 우리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관련해서 우방 동맹국 미국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그리고 일관된 지지에 대해서 우리 국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 한·미 동맹 아래에서 지금까지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내 왔던 것처럼 이제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한·미 동맹을 더욱더 강화하고 발전시키자”며 “새로운 미국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서 새로운 대외정책이 실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한민국도 거기에 발맞춰서 세계의 평화, 동북아의 안정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여권의 ‘친중·반미’ 프레임을 탈피하고 유력 대권주자인 자신의 대외정책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