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20개 이상 신규 조성 예정에도 그린벨트까지 추진
주민 수요는 전국서 감소…“생활체육시설 전환 고민해야”
지자체들이 앞다퉈 조성하고 있는 파크골프장의 주민 이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후죽순 지었다가 예산만 낭비하는 시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까지 파크골프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2일 나라살림연구소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전국 곳곳에서 파크골프장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주민들의 파크골프 참여율과 시설 이용 빈도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유행이었지만 현재 인기를 잃으면서 텅 비어 있는 게이트볼장처럼 파크골프장이 지자체 예산을 낭비시킬 뿐 아니라 자연환경까지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의 파크골프장 수는 2020년 187개에서 2023년 337개로 80% 급증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자체마다 조성 계획을 세우면서 추가로 120개 이상의 신규 조성이 예고돼 있다. 연구진은 40~70세 연령대의 파크골프 참여 경험 비율은 2020년 4.5%에서 2022년 9.3%로 급증했으나 2023년에는 5.3%로 다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파크골프가 일시적인 유행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과거 게이트볼장이 전국적으로 늘어났다가 최근 수요 부족으로 방치되거나 용도 전환에 추가 재정이 투입된 전례를 살펴보면 현재 파크골프장 유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동안 급등한 실외 활동 선호와 일시적인 유행 등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 주민들의 파크골프 참여율을 조사한 결과 경남의 경우 2023년 주민 참여율은 0.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에서는 1.7%포인트, 충남에서도 0.2%포인트 감소했다.
이들 지자체는 파크골프장 수가 증가한 곳들이다. 경남 155.0%, 강원 42.9%, 충남 50.0% 증가했다. 시설은 늘어났지만 이용하는 인구는 줄어든 셈이다. 연구진은 파크골프장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지자체별로 예측했던 기대 수요와 예상 이용객에 대한 현실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파크골프장과 관련해서는 곳곳에서 주민들 간에 찬반이 엇갈리는 사례도 많다. 서울 강남구가 추진 중인 대모산 파크골프장의 경우 노인 인구를 위한 파크골프장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 조성이 더 필요하다고 맞서는 이들도 있다.
정부는 자연환경 파괴, 잦은 홍수, 상수원 오염 우려 등 문제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그린벨트에까지 파크골프장 건설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그린벨트 파크골프장 설치 허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규모 중심의 경쟁적인 파크골프장 조성보다 일상적인 소규모 생활체육시설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크골프 수요가 급감할 상황에 대한 장기적 운영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