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폭동 ‘세탁’ 작업 수순
“법치 훼손·폭력 용인”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면으로 풀려난 ‘1·6 의회 폭동’ 가담자들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중앙구치소를 나오면서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1·6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함에 따라 폭력 사태의 주범들이 곧바로 풀려났다. 징역 20년 안팎의 형량을 선고받은 중범죄자도 정권 교체 하루 만에 면죄부를 받아든 것이다.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긴 사태를 “사랑의 날”로 세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두고 극단주의를 용인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조치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 교도소국은 이날 2021년 1월6일 의사당 폭동에 가담해 수감된 200여명을 모두 석방했다고 밝혔다. 극우단체 ‘프라우드보이스’ 전 대표 엔리케 타리오와 ‘오스키퍼스’ 창립자 스튜어트 로즈도 석방 대상에 포함됐다. 타리오와 로즈는 당시 폭동을 사실상 지휘한 이들로 각각 징역 22년형, 18년형을 선고받았다. 1·6 사태 관련자 약 1500명에게 내려진 선고 형량 중 가장 무거운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6 사태 가담자 1500여명을 사면·감형한 데 대해 이날 “(사면된 이들은) 이미 수년간 감옥에 있었다. 형량이 터무니없고 과도했다”며 자신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1·6 사태 당시 폭도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2023년 기소되며 정치 경력이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4년 대선 승리로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폭도를 “사랑하는 관중” “평화로운 시위대”로 추켜세운 데 이어 당시 사태를 ‘사랑의 날’로 세탁하는 작업을 착착 진행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 불가 정책에 따라 자신의 혐의도 벗었다.
4년 만에 운명이 뒤바뀐 1·6 사태 가담자들은 전날부터 사실상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날 이들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취임식을 앞두고 수도 워싱턴에 집결하면서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군이 패배한 군대를 몰아내고 수도에 입성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대학교의 극단주의 연구자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는 “(최근 몇년간) 적으로 여겨지는 모든 사람을 향해 정치적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위험이 명확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 사태를 끊임없이 정당화하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국회의원과 판사, 공공기관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