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이틀 만에…이스라엘, 서안에 ‘맹폭’

선명수 기자

전투기·장갑차·저격수 동원 군사작전…최소 10명 사망

유대인 정착민 폭력 심화…팔레스타인 마을 공격·방화

팔 정부 “미 개입 촉구”…트럼프, 제재 해제로 ‘면죄부’

<b>또다시 울리는 총성</b> 무장한 이스라엘군 차량이 21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다시 울리는 총성 무장한 이스라엘군 차량이 21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휴전에 돌입한 지 이틀 만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취임 전 가자 휴전을 압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해온 유대인 정착민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자,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 서안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휴전에 반대하는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제닌을 공격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서안에서 중요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알리며 이를 ‘철벽작전’이라고 명명했다. 이스라엘 군 당국도 군과 경찰, 정보기관 신베트가 합동으로 ‘대테러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전투기를 출격시켜 제닌을 공습했으며, 저격수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제닌 난민촌을 포위하고 구급차의 진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사상자 중에는 의료진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소속 보안군도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가자, 레바논, 시리아, 예멘, 유대와 사마리아 등 이란이 손을 뻗치는 곳마다 체계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대와 사마리아’는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 중인 서안지구를 지칭하는 성서 용어다.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을 주장해온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서안의 안보가 이스라엘의 새로운 “전쟁 목표”에 추가됐다고 밝혔다.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전쟁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성명을 내고 서안 주민들에게 “점령군에 저항하라”고 촉구하는 등 분쟁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군사작전은 전날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온 유대인 정착민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에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및 제재 해제를 전후해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의 폭력도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20일 오후 서안지구 칼킬리야 동쪽 알푼두크에선 유대인 정착민 무리가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격해 차량을 부수고 주택을 불태웠다. 200명 이상의 이스라엘 민간인이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복면을 쓰고 총을 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 동예루살렘 슈파트 난민촌에선 이스라엘 경찰이 돌을 던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12세 소년이 숨졌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성명을 내고 “수많은 유대인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마을을 습격해 집과 차에 불을 지르고, 도로를 막고, 주민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며 “이들의 폭력에 경악한다”고 규탄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새 미국 행정부가 이런 범죄와 누구에게도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이스라엘의 정책을 중단하기 위해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폭력을 멈추기는커녕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단행한 제재를 해제하는 등 이들에게 되레 ‘면죄부’를 쥐여주며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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