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인수에 ‘한화비전’ 자금 동원…일반주주 이익 침해 논란
업종 간 연관성 없는 투자 강행…총수 지배력 확장에 악용 ‘비판’
향후 ‘쪼개기 상장’ 땐 지분가치 희석 우려…한화비전 주가 ‘출렁’
한화그룹이 급식업체 ‘아워홈’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식품·급식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총수의 지배력 확장을 위해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한화그룹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비상장사 아워홈의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식품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한화그룹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호텔)·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워홈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고 구자학 회장이 2000년 세운 식자재 유통업체로 출발했다. 현재 지분의 대다수를 고 구자학 회장의 네 자녀가 보유하고 있다.
한화 측은 현 경영진이자 지분 매각에 우호적인 구본성 전 부회장(장남)과 구미현 회장(장녀)의 지분 57.84%를 8600억원에 우선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지분 40.27%를 보유한 구명진씨(차녀)와 구지은 전 부회장(막내)은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인수대금을 김동선 총괄이 경영을 주도하는 비상장 계열사 한화호텔과 폐쇄회로(CC)TV 등 보안장비 생산업체로 코스피 상장사인 한화비전에서 각각 2000억~3000억원을 끌어올 계획이다. 나머지는 상장을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화비전 일반주주들에겐 아워홈 지분 인수가 큰 실익이 없을 수 있고, 추후 아워홈의 ‘쪼개기 상장’으로 이어질 경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비전은 현금성 자산 2794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아워홈 지분 인수가 이뤄지게 된다면 회사가 보유한 ‘곳간’ 대부분을 털어야 한다. 게다가 보안기술 업체인 한화비전과 단체 급식업체인 아워홈의 사업 연관성 자체가 작아 투자한 만큼 이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주주들인데, 지배주주인 총수만 이득을 보게 되는 불균형이 발생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회사의 성장 재원으로 써야 하는 돈을 그룹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투입해) 상장사 주주들의 부를 이전하고 증발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며 “주주 이익의 비례 관계가 맞아야 하지만 총수의 이해상충 때문에 일반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인수 성공 후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아워홈을 상장한다면 사실상 ‘쪼개기 상장’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회사(아워홈) 상장 시 모회사(한화비전)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가 희석돼, 모회사 주가가 떨어지면서 모회사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지난 21일 한화비전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천준범 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상장을 조건으로 하면 결국 잠재적 중복 상장 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소수주주는 손실을 보지만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유지하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상장과 유사한 이해상충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