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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반정과 인조반정

우리가 알고 있는 동서양 국가들 역사의 대부분은 왕정(王政)의 역사다. 현재 세계 대다수 나라가 민주주의를 정체(政體)로 표방하지만, 개인들 내면에는 적어도 2000년 이상 이어진 왕정시대에 침전된 습관이나 감정이 여전히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길게 보아도 100년 혹은 200년 정도 지속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정치체제다. 여전히 실험하고 수정하여 개선해야 할 것이 많은 제도다. 2024년 12월3일 대통령의 일방적인 계엄 선포와 즉시 뒤따른 국회에 의한 신속한 해제 이래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긴장 상황도 그런 내용의 일부이다.

중국과 한국의 전통시대 왕정은 유럽의 왕정보다 대체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었다. 통치 영역의 넓이나 왕조의 지속 기간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왕조의 지속 기간에서 한국의 전통 왕조는 중국보다 장기간 유지되었다. 예컨대 중국의 마지막 두 왕조인 한족의 명나라(1368~1644)와 여진족의 청나라(1616~1912)가 각각 276년과 296년을 유지했다. 두 왕조는 중국 역사에 등장했던 왕조들 중에서 성공적인 왕조였다. 그런데 조선왕조는 1392년에 건국하여 1905년 혹은 1910년까지 적어도 513년 이상 유지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왕조나 국가도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나라 안팎에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것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는가가 나라의 수명을 결정한다. 조선왕조의 장기 지속은 조선왕조 체제의 문제 대응의 효율성과 정치적 안정성을 증명한다. 정치적 안정성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일어난 일들을 효율적으로 극복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선에서도 지금 개념으로 말하면 공식적인 정치 쿠데타가 두 번 있었다. 약 100년 간격으로 일어난 중종반정(1506)과 인조반정(1623)이 그것이다. 전자는 연산군을 폐위하고 중종이 즉위한 사건, 후자는 광해군을 폐위하고 인조가 즉위한 사건이다. 흥미롭게도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의 ‘반정’은 쿠데타의 뜻에서 ‘反政’에 가깝지만 ‘反正’으로 쓴다. ‘反正’은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요즘 뜻으로 본다면 ‘정치적 올바름’ 상태, 즉 다수의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헌법을 회복한다는 뜻이다.

중종반정과 인조반정 모두 ‘반정’으로 불리지만, 그 성격에서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의 개인적 성향, 통치 스타일, 나아가 폐위된 이후 생존 기간도 크게 달랐다. 연산군이 조선의 정치 이념과 관행을 정면으로 부정한 사나운 임금, 즉 ‘폭군’이었다면 광해군은 온전히 그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정치 행위를 했던 ‘혼군’에 가까웠다. 또, 연산군은 폐위된 지 두 달이 조금 지나서 사망했던 반면에 광해군은 폐위된 후 18년을 더 살았다.

중종반정과 인조반정 모두, 반정 자체의 성격과 반정 이후 전개된 정치적 양상은 상통했다. 이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12월3일 이후 진행된 상황에서 한 가지 두드러진 양상이 눈에 띈다. ‘헌법의 재발견’이 그것이다. 국회가 계엄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헌법 조문 한 글자 한 글자가 현실적으로 큰 힘을 갖는 것을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2016년 겨울의 ‘촛불혁명’이 헌법 1조 1항과 2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현실로 소환했다면, 이번엔 훨씬 세부적인 사항까지 헌법이 현실로 소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치 헌법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12월3일 밤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들의 행동과 대한민국 헌법은 오랜 권위주의 정권의 지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기억과 의지의 소산이다. 요즘 회자되는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한강 작가의 말이 단순한 문학적 수사가 아님을 지켜보는 나날이다.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이정철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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