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헌금 시간

시골에서 목회할 때, 재사용하려고 헌금 봉투를 정리정돈. 한 할매가 헌금 봉투에다 꾹꾹 눌러쓴 글씨 ‘내 생일 감사 현금’, 귀여움에 웃은 일이 있었다. 현금 박치기인가. 교회도 단체이니만큼 돈이 있어야 굴러가지. 신자들이 진실한 마음으로 돈을 바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옥 간다 어쩐다 협박도 일삼고 직분을 빌미로 헌금을 강요하기도 한다더라. 요새 떠들썩한 ‘아스팔트 내란 교회’ 쪽도 보아하니 중간에 헌금 광고가 흘러나온다. 그들 뜻대로 ‘군홧발 탱크로 밀어버렸음 끝났을 일’을 헌금을 걷고, 신자 동원까지 해야 하니 피곤하겠다.

지하철에서 두 사람이 말싸움을 거칠게 하더래. 앉아 있던 한 아줌마가 말리면서 하는 말. “아니 여기가 무슨 교회인 줄 아세요? 그만 좀 싸우세요.” 싸움 하면 역시 교회인데, 교리 싸움에 교파 싸움, 수만 갈래로 찢기고 갈라졌다. 이 동네도 싸움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결국 돈이야. 돈이 있는 곳엔 분쟁이 발생한다. 집집마다 돼지 저금통이 하나씩 있던데 천사 같던 아이들을 아주 쪼잔한 구두쇠 악마로 만들고, 부모들을 은행 강도로 만드는 못된 저금통이다. 그러니 조용히 내게 갖다주면 좋으련만.

교회에서 보면 그래도 헌금 시간이 가장 조용하고 경건하다. 아깝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겹치는 때문일까. 헌금을 모아 좋아하는 대통령의 사식이라도 넣어주는 센스. 할매의 꼴마리(허리춤)에서 꺼낸 구겨진 지폐 한 장. 귀한 헌금을 과연 누가 훔쳐가고 있는가. 헌금이 잘 쓰이는지 살피는 것까지가 헌금 시간이다. 각종 기부금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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