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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일과 되찾는 일

찾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없는 것을 얻거나 여기 없는 사람을 만나고자 살피는 일에 대해, 그러니까 희망과 이상을 좇고 새집과 새 친구를 구하는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일에 대해, 그러니까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인생의 목표를 간구하는 일에 대해. 잃거나 빼앗기거나 맡기거나 빌려주었던 것을 돌려받는 일에 대해, 그러니까 유실물을 다시 손에 넣고 상실했던 주권을 회복하는 일에 대해. 헤아려보건대 찾는 일의 근간에는 으레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다.

찾는 일은 환희와도 연결된다. 부푼 마음으로 고향을 찾을 때, 숨 돌리기 위해 여행지를 찾을 때 우리는 설렌다. 안식처나 해방구를 발견한 사람처럼 기쁘다. 좋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모든 일의 중심에 양심을 두는 일 또한 능동적으로 찾는 행위다. 여기에는 취향과 신념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관공서, 병원 등 기관을 방문하는 일은 회복을 통한 ‘찾기’의 실천이다. 잃어버린 꿈과 명예, 신뢰와 긍지, 심신의 건강을 원래의 상태로 돌이킴으로써 삶을 기쁨으로 물들이겠다는 적극적 선언이다. 찾는 사람은 결심한 사람이고, 나아가 그 결심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다.

2024년 12월3일 이후, 여전히 12월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새해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한겨울에 촛불이 되어 광장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음력으로 날짜를 계산해서가 아니다. 새해를 제때 맞이할 수 없을 정도로 크나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은 이전 세대가 피땀으로 힘써 이룩한 것을, 내가 지금껏 공들여 찾아냈던 것을 단박에 부정당하는 경험이었다. 국회 봉쇄와 침입,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등에 대한 체포 지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난입에서 발견되는 위헌성은 명명백백하다. 한술 더 떠 이날 발표된 비상계엄 포고령은 국민의 정치활동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언론출판의 자유 또한 속박하는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행위를 금한다”라는 포고령의 문장은, 포고령이 그 자체로 자유민주주의를 구속하는 모순임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그날 이후 많은 시민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오죽하면 ‘내란성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겠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 주변에도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초조해서 폭식하고 걱정에 시달린 채 불면의 밤을 보낸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휴대전화로 뉴스 새로 고침을 반복하기도 한다. 비상계엄이 촌극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으나, 누군가는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소동이나 소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동이 아니다. 소요다. 소란 정도가 아니다. 내란이다. 거기에는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만들고 기득권을 영구히 유지하고자 하는 불순한 목적이 있었다.

실체가 없는 불안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실체가 있지만 그것이 언제 우리를 덮칠지 몰라 가중되는 불안은 삶을 찍어 누른다. 되찾아야 한다. 개개인의 평정심을,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사회의 평화를. 평(平)은 고르게 한다는 의미의 접두사로, 순조로운 상태를 지향한다. 평소에는 가려져 있던 ‘평’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안온한 상황 속 ‘나’가 찾는 일을 주도한다면, 되찾는 일에서는 내가 놓인 ‘불안정한 상황’을 이겨내는 게 먼저다. 불안을 안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경찰은 경찰의 임무를, 법원은 법원의 책무를, 시민은 시민의 의무를. 되찾음에 깃든 ‘다시’와 ‘도로’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

되찾는 일은 찾는 일보다 더 절박하고 기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찾았던 것을 누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를, 민주주의를. 시간이 흘러도 이것들은 절대 낡지 않는다.

오은 시인

오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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