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브랜드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보증 충당금 증가 등의 여파로 전년보다 감소해 연간 최대 실적 경신에는 실패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7.7% 증가한 175조231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고 23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으로 전년보다 5.9%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3조2299억원으로 7.8% 늘었다. 특히 친환경차는 전기차 21만8500대, 하이브리드차 49만6780대를 포함해 전년 대비 8.9% 증가한 75만7191대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46조62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7.2% 감소한 2조8222억원으로 집계됐다.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확대와 평균 판매단가 상승 등이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연말 급등한 환율로 부채에 해당하는 판매보증 충당금이 증가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판매보증 충당금은 차를 판매하면서 제공하는 무상 보증과 수리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판매 시점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달러로 적립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원화 기준 충당금 규모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으로 손익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북미 지역의 판매 확대 및 하이브리드 비중 증대 추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도매판매 목표를 417만대로 설정했다. 또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3.0~4.0%로,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7.0~8.0%로 세웠다.
올해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대응, 미국 전기차 공급망 구축, 지속적인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6조7000억원, 설비투자 8조6000억원, 전략투자 1조6000억원 등 총 16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구매 계약 및 상용차 개발 등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고고도 밝혔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1분기 내 구속력 있는 공동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상용 및 승용 협력 완료 시점에 맞춰 양사가 공동으로 이를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도 올해까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IRA를 폐지하려면 의회를 통과해야 해서 그 과정이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르면 9월부터 폴아웃(보조금 축소)될 수 있다고 보고 시나리오를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