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론조사검증 및 제도개선특위 주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지금은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은 시대”라며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당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론조사 문제와 개선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 특위 위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사례를 거론하며 현행 여론조사의 취약성을 부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최근 여당에 뒤처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선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명태균 사태는 현행 여론조사가 얼마나 취약한지, 우리 사회 공론장이 얼마나 위협받는지 크게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더 늦기 전에 명태균 사태에서 드러난 여론조사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발족했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여론조사를 악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장사치가 활개치지 못하도록 민주사회의 공론장에 대한 신뢰와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긴 호흡으로 특위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인 데 대해 ‘보수 과표집’이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보수층 결집으로 인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저희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굵직한 국정 현안이 있을 때 특정 지지층 응답자가 활성화되고 과표집돼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지지율을 회복한 반면 민주당은 지지율을 역전당하며 연일 고전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8%, 민주당은 36%를 기록했다. 지난 20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국민의힘 46.5%·민주당 39.0%)와 17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국민의힘 39%·민주당 36%)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앞섰다.
이연희 의원은 토론회에서 “지금은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은 시대다. 이는 전세계적 추세”라며 “특히 특정 종교단체, 유튜버에 의해서 여론 동원이 가능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동원된 여론이 공론으로 포장되는 시대”라며 왜곡된 여론조사가 선거에 결과를 미치는 만큼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특위 구성을 두고 “여론조사기관을 검열하겠다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이강일 의원은 “특위가 여론조사 억제 활동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의 니즈(요구사항)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서 좀 더 세분화된 정책을 만들고 선거 전술을 만들어내는 데 유용하기 쓰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발제문에서 “도대체 여론조사 참여자 가운데 몇 퍼센트 이상이 보수 유권자로 구성돼야 과표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지 잣대도 없어 보인다”며 ‘보수 과표집이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싸게, 급하게 여론조사 자료를 얻어서 활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정당 및 언론사 등 조사 의뢰자의 각성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할당표집이 아닌 확률표집 적용 조사를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 할당표집은 성별, 연령대, 지역 등 할당 기준에 따라 응답자를 채워가는 방식인데 비용이 저렴한 대신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큰 사람들의 의견이 과대 반영될 우려가 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한 여론조사 정보공개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문에서 “여론조사를 공천 등에 활용하는 것도 이제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정당 내부에서 여론 조작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하는 제도와 관행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여론조사에 투입할 자금적 여유가 있는 거대 양당은 정기적인 패널조사를 통해 여론의 흐름을 정확하게 추적해 반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