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성남시 주거지에서 검거되는 총책 A씨. 서울경찰청 제공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성착취 범죄집단 ‘자경단’을 조직해 가학적 성착취 범죄를 저질러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약 5년 동안 10대 청소년 159명을 포함해 남녀 234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의 범행은 ‘N번방’, ‘박사방’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성착취 범죄보다 더 오랫, 더 많은 피해자를 상대로 자행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조직적 성착취 범죄를 도한 총책 A씨(33)를 포함한 일당 54명을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유포,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치상), 협박, 강요, 강제추행, 유사 강간 등 19개에 달하는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이들이 조직한 자경단에는 15세 중학생 1명과 고등학생 6명 등 10대 미성년자 11명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부터 2025년 1월까지 피라미드형 성폭력 범죄집단을 결성하고 남녀 피해자 234명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남성이 84명, 여성이 150명이었고 절반 이상이 10대(159명)였다. 이들이 제작·유포한 성착취물·허위영상물 총 1832건 중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한 것은 1295건에 달했다.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신상정보 등 약점이 잡힌 피해자를 조직원으로 포섭해 조직을 확장했다. A씨를 ‘목사’로 부르게 했고, 집사·전도사·예비 전도사 등 교회 직책명을 가져와 계급을 부여했다. 조직은 철저한 상명하복 체제를 유지했다. A씨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착안해 이런 계급 구조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주요 사이버 성폭력 범죄와 달리 대상이 다양해졌고 무차별적”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에 관심을 보인 남성, 성적인 호기심으로 접근한 여성의 신상 정보를 캐내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 텔레그램 ‘연락처 추가하기’로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피해자 신상 정보를 협박에 활용하는 수법이다.
범행은 집요하고 잔인했다. A씨는 “성관계를 해야 지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위협해 미성년 여성 10명을 성폭행했다. A씨는 이를 ‘졸업’이라 불렀다. A씨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 조직원이 남성 조직원에게, 남성 조직원이 또 다른 남성 조직원에게 성적 학대를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협박하는 총책. 서울경찰청 제공
이런 일은 A씨가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했기에 가능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1시간마다 일상보고’, ‘반성문 작성’ 등을 시키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어기면 나체촬영 또는 자해를 하도록 강요했다. 여성 피해자들에겐 남성과 성관계를 하도록 강요해 촬영했고, 남성 피해자들에겐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범행에 끌어들였다.
A씨는 경찰 수사를 조롱하기도 했다. 그는 한 피해자가 위장수사 중인 경찰에 협조 중일 것으로 의심해 “우리 사수과(사이버수사과) 아재들 저 잡을 수 있어요? 수사하러 헛고생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지난 15일 경기 성남의 주거지에서 검거됐다. 그는 “단순한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특정한 성적 지향을 가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회사원으로 생활하면서 근무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텔레그램 범행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드러낸 반사회적 성향에 대해 프로파일링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전날 A씨를 상대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관련 자료를 회신받아 검거에 성공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범죄 관련 자료를 텔레그램으로부터 받은 후 협조 체제를 구축해 수사를 이어왔다. A씨를 검거한 수사팀은 박사방 등 앞선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자들을 붙잡은 이력이 있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사이버 성폭력 범죄자는 반드시 검거된다”면서 “‘박사방’, ‘N번방’으로부터 이어져 온 디지털 범죄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 일당이 경찰을 조롱하는 대화 내역 갈무리. 서울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