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 출석
윤, 비상계엄도 포고령도 ‘경고성’ 주장
김, 윤에 맞장구. 비상입법기구 설치는 시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했다. 2025.1.21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나란히 출석했다.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이 ‘경고성’에 불과했고 계엄포고령이 실행 가능성이 없는 상징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계엄 이후를 대비한 예비비 마련,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을 준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모순을 드러냈다. 국회 투입 병력에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지칭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을 열고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장관은 12·3 계엄 사태 주동자로 계엄포고령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이 경고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조대현 변호사는 “비상계엄은 반나절 계엄이었고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가) 반나절 이내에 해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포고령에 대해선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것은 실행할 의사 없이 경고용으로 기재된 것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입장을 말하거나 김 전 장관을 신문했다. 그는 “계엄이 빨리 끝날 것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더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뿐만이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야당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포고령 초안을 보고받고 논의하는 과정에 대해 물었다. 윤 대통령은 “(보고받은 포고령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지만 ‘그냥 놔둡시다’ 하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 경고용이라 포고령을 ‘대충’보고 넘겼다는 취지였다. 이에 김 전 장관은 “평상시 대통령은 (보고하면) 법전부터 가까이서 찾아보고 하시는데, 그렇게 안 찾으시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질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니 생각이 납니다”라고 맞장구를 치는 등 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당초 국회 측 신문에 대한 진술을 거부했다가 윤 대통령 측이 요구하자 갑자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전달했다는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확보’ 지시 문건과 관련해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을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제시된 문건 사본을 보고 자신이 직접 작성해 실무자를 통해 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문건을 준비해 최 부총리에게 전달한 건 윤 대통령이라고 적시했다.
비상입법기구에 관한 김 전 장관의 설명도 계엄이 단기간에 종료될 경고용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과 배치됐다. 그는 “긴급재정명령 입법 권한을 시행하기 위해선 그것을 수행할 조직이 필요하다”며 “그 조직을 기재부 내 구성하고 예산이 필요하니 편성하라는 뜻으로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선 재판관이 “5공화국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와 성격이 같은 것이냐”고 묻자 “그럴 것 같으면 국무총리에 주지, 왜 기재부 장관에게 줬겠나”라며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고성 계엄’이란 말을 왜 안 했느냐’고 묻는 국회 측 질의에도 “전략적 차원”이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에서 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한 게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끌어내라고 한 게 국회의원이 아니라 특전사 요원이었다는 것이다. 국회 측이 ‘철수하라고 말만 하면 되지 왜 끌어내냐’고 묻자 “굉장히 혼잡한 상황을 보고받는 순간 잘못하다 압사사고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설 연휴가 지난 다음 달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을 연다. 5차 변론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