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숲과 우리의 삶은 이어지고 얽혀 있다](https://img.khan.co.kr/news/2025/01/23/l_2025012401000745100071702.jpg)
세계숲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지음 | 노승영 옮김
아를 | 320쪽 | 2만원
다섯 살의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는 진노랑 가시금작화가 반짝이는 들판에 있었다. 말과 당나귀가 가시금작화의 잎을 베어 물었다. 말과 당나귀가 눈 똥에서는 맛 좋은 주름버섯이 자랐다. “가시금작화는 콩과에 속한다. 콩과는 부지런한 질소고정식물이다. 말은 질소를 섭취해야 한다. 말똥에는 질소가 풍부하다. 이 질소 덕에 주름버섯은 자실체를 틔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버섯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이것이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식물학자인 저자가 “숲과 우리의 삶은 이어지고 얽혀 있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시적인 언어와, 과학자의 엄밀한 언어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나무의 제인 구달’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1960년대 초부터 내다봤다. 숲의 ‘어머니 나무’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나무가 화학적 언어를 통해 소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딱총나무(sambucus nigra) 아를 제공
나무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딱총나무는 고대 이집트에서 귀한 화장품으로 쓰였다. 피부 재생·회복 효과가 있어 세네카족은 말린 딱총나무 꽃을 우린 물로 아기를 씻겼다. 딱총나무 열매엔 람노오스 복합당이 들어 있는데, 먼 거리를 오가는 새들의 시력을 유지하게 해줬다. 호두나무 열매는 요오드계의 방어용 생화학물질을 내뿜는다. 어린아이는 초록색 열매를 쥐고 있기만 해도 소아 백혈병으로부터 보호받았다.
이런 것들에 과학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간은 나무를 베고 이용하는 데 관심이 있었지, 숲과 나무가 지구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생명의 망토가 지구의 어깨에서 내려오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저자는 숲의 재생만이 망가지는 지구와 우리의 삶을 회복시킬 대안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