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몽니’에…글로벌 과세 공조 ‘흔들’

김윤나영 기자

138개국서 합의한 다국적 기업 법인세 최소 15% ‘최저한세 합의’ 파기

미국에 더 많은 과세 국가엔 ‘보복 검토’ 지시…전방위 ‘세금전쟁’ 선포

구글·메타 등 불공정거래 규제 국내 ‘온라인 플랫폼’법도 영향받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전방위적인 ‘세금전쟁’을 선포하면서 글로벌 최저한세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글로벌 과세 문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매기는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높이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날인 20일 트럼프는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한 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 파기를 선언했고,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과세하는 국가에는 ‘보복 조치’ 검토를 지시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란 다국적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매기는 제도다. 특정 국가에서 다국적기업에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하면 다른 국가가 그 차액분에 대한 추가 과세권을 가져간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138개국이 글로벌 최저한세에 합의하고 내년부터 과세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과세’의 근거로 미국법전(USC) 제26권 제891조를 들었다. 이 조항은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한다고 판단하는 외국의 기업이나 시민에게 미 의회 승인 없이 세율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도록 규정한다. 1934년 미국·프랑스 간 세금 분쟁이 생겼을 때 경고성으로 만든 뒤 사문화한 조항인데, 90여년 만에 처음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려던 기획재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은 2022년 세계 최초로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입법을 완료하고 세부 규칙도 마련해 내년 본격 과세를 앞두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할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면 OECD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구글·메타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사전지정제를 뼈대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 기업들이 자사우대·끼워팔기·경쟁 플랫폼 이용제한·최혜대우 요구 등 반칙행위를 하면 즉각적인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 법안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알파벳·바이트댄스·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 6개사를 규제하기 위해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을 본뜬 것이다. 미 정부는 ‘미국 기업 차별’이라며 반발해왔다.

공정위는 미 정부가 유럽·호주·일본 등보다 규제 강도가 약한 한국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럽의 DMA가 주로 미국 기업을 사전 규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내·해외 사업자 차별 없이 사후에 적용하기에 통상 이슈로 비화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과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더라도 법원에서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 정부가 보복 과세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 무역적자 해결 등 다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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