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의 열정 두산 권휘

홈즈 투심 비결, 너무 배우고 싶어
번역기 돌려 직접 물을 정도로
잘하고 싶은 욕심은 그 누구보다 최고
“헬로, 아임 권휘. 캔 아이 애스크 유어 베이스볼 메커니즘?”
두산 권휘(25·사진)의 인스타그램 DM이 최근 화제다. 권휘는 최근 뉴욕 메츠로 이적한 메이저리그(MLB) 특급 마무리 클레이 홈스(32)에게 인스타그램으로 배움을 청했다.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한 뒤 자기가 공 던지는 영상을 첨부했다. 그러고는 ‘투구 메커니즘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 ‘평균 구속 145㎞에 머물고 있는데, 더 좋은 공을 던지려면 어떡해야 할지’ 등을 물었다. 홈스는 “내 절친한 친구 제임스 네일(KIA)도 KBO리그에서 뛰고 있어서 한국에도 관심이 많다”고 반가워하며 “(질문 내용을) 살펴본 뒤 답장을 주겠다”고 했다.
권휘는 통화에서 “지난 시즌 끝나고부터 투심 연습을 많이 하고 있는데, 홈스가 투심을 잘 던지기로 워낙 유명한 선수”라며 “비결을 너무 배우고 싶어서 파파고 번역기까지 2번, 3번 돌려서 질문을 만들었다. 보고 제대로 알려주겠다고 하셔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휘는 덕수고를 졸업하고 호주 질롱코리아를 거쳐 2019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지난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프로에서 4시즌을 치렀지만, 아직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건 없다. 두산이 광주에서 30-6 초유의 대승을 거둔 그날, KIA 외야수 박정우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면서 덕수고 선후배 간, 뒤바뀐 투타 맞대결의 주인공으로 잠깐 화제가 됐던 정도다.

두산 투수 권휘가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투수 클레이 홈즈와 주고받은 인스타그램 DM 메시지.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잘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보다 강하다. 육성선수로 힘들게 프로 유니폼을 입은 만큼 더 많은 걸 증명하고 싶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궁금한 게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답을 찾는다. 일면식 없는 MLB 스타에게도 질문할 정도이니 바로 근처 투수코치들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쉬는 날에도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코치들에게 전화를 건다.
투심을 연습해보자는 것도 그렇게 시작됐다. 권휘는 “비시즌인데 코치님들께는 많이 죄송하지만, 일요일에도 전화를 드리는데 그때마다 너무 감사하게도 전화를 엄청 잘 받아주신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다고 코치님들께 확인을 받으면 동기부여도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휘는 “육성선수로 처음 입단할 때만 해도 구속이 138㎞밖에 안 나왔다. 사실 엄청 위태위태했다. 두산이라는 팀을 만나서 다행히 지금까지 야구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데 행복한 것 아니냐”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