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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자의 점묘화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네 글자의 점묘화

달이 둥싯 높이 떠오른다. 훌쩍 달에 건너가면 지구가 저 아래 보일까. 그럴 리가, 어느새 지구가 저 위로 둥글 떠 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정중히 받들지 않는다면 우주는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골라 마르지 않는 신화를 두레박처럼 퍼올리듯, 저 허공에서 누군가 우리가 만들어내는 말과 막걸리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지 않을까. 갑진년에서 을사년, 두 해의 접면에서 네온사인 같은 네 글자들을 골라 이 시대의 풍속을 점묘해 본다. #맞절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 마지막 사고 브리핑에서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정부 관계자들을 앞으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저희 요구에도 욕도 많이 먹고 고생도 많이 하셨다. 정말 감사하다”면서 허리 숙여 인사했고, 이들도 맞절했다. #우두머리. 어떤 일이나 단체에서 으뜸인 사람이다. 한밤중의 느닷없는 계엄과 함께 뛰쳐나온 단어. 평생 서너 번 만날 말을 지금 포식하고 있다. 세 글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네 글자를 획책한 우둔한 머리. #장난인가. 계엄 포고령은 국회해산권이 존재했던 군사정권 때의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 했다. 아무래도 계엄을 장난으로 치부하려는 원모심려. 부끄럽다. #폭풍전야. #은박담요. 서울에 눈이 내려 은박담요를 두르고 도로에서 밤을 새운 시민들 위로 수북이 쌓였다. 아, 등신불 같은 눈사람들. #하얀 헬멧. 백골단이라 불리는 단체가 하얀 헬멧을 쓰고 국회에 등장했다. 이를 주선한 이에게 “분변도 못 가리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의원씩이나 하는 그도 ‘분변’의 의미는 알겠지. #아수라장. 7시간 체포 작전에 아수라장이 된 ‘한남산성’, 관저의 주인이 떠나자 집회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혼자 남은 안주인의 운명은 이제 어디로 가나. #자승자박.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체포 저지, 혐의 부인, 조사 거부 등 본인이 초래한 자승자박의 결과였다. #존경하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사건. 피고인의 어머니가 탄원서를 제출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자식들을 볼 때 객관적으로 봅니다. 박정훈 대령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 교육을 잘 지켜왔기에 항상 속으로 존경했습니다.” 자식에게 말을 높이는 경우는 더러 보아도 어머니의 저 마음은 처음이었다. 법정은 아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0010. 어느 수인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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