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어로보틱스의 AI 자율주행 배송로봇 ‘서비플러스(Servi Plus)’. 베어로보틱스 제공
LG전자가 실리콘밸리 로봇 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국내 로봇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된 데 이어 LG전자까지 가세하면서 로봇 사업의 선두를 차지하려는 대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LG전자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로봇기업 베어로보틱스의 30%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6000만달러를 투자해 베어로보틱스 지분 21%를 취득하고, 최대 30% 지분을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콜옵션 행사가 완료되면 베어로보틱스 지분의 51%를 보유, 경영권을 확보하며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실리콘벨리에서 설립된 인공지능(AI) 기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이다. 로봇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구축, 다수 로봇을 최적화한 경로로 움직이는 군집제어 기술, 클라우드 관제 솔루션 등 분야에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현재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상업용 로봇 ‘클로이’ 등을 베어로보틱스와 통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사업 연속성 확보를 위해 베어로보틱스 주요 경영진은 유임하고, LG전자에서도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
LG전자는 가정용 로봇도 강화한다. 연내 출시 예정인 이동형 AI홈 허브 ‘Q9’이 대표적이다. 두 다리에 달린 바퀴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못한 일종의 집사 로봇으로, 집안의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제어한다. 아울러 LG전자는 자재를 공급하고 조립·불량검사 등도 가능한 ‘자율주행 수직다관절로봇’ 등 산업용 로봇도 연구·개발하고 있다. 베어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상업용과 산업용, 가정용 로봇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은 명확한 미래”라며 “현재 집중하고 있는 물류·배송 로봇을 넘어 이동형 AI홈 허브 등 가정용 로봇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31일 국내 로봇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율을 기존 14.7%에서 35.0%까지 늘려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양팔·자율이동 로봇 등을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2020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삼수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번 추가 투자는 ‘명확한 미래’인 로봇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LG전자의 확고한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