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의 로고 모습. 한수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법무부 장관에게 개정 권고한 형 집행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을 법무부가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5일 법무부 장관에게 수용자 과밀수용 해소, 의료처우 강화, 접견·외부교통권 및 종교 자유 보장, 징벌 제도 개선, 가석방 기준 공개 등을 요구하며 형 집행법을 전면 개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법무부가 의료처우 강화 권고를 제외한 권고 대부분을 불수용한다고 통지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6일 권고 결정에 대한 이행계획을 회신하면서 이 같은 의견을 냈다고 한다. 먼저 과밀수용 문제 해소와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1인당 기준 면적을 상향했고, 수용자 1인당 면적에 대해 국제 기준도 없어 기준 면적을 법률에 규정할 필요성이 없다”며 “과밀수용 금지원칙을 명시할 경우 각종 국가배상소송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가석방 기준 공개와 관련해선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은 재량준칙에 불과하다”며 “법령에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공개 시 수형자와 가족들에게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 국민의 가석방 심사업무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질 수 있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수용자의 징벌과 관련된 권고 사안에 대해서도 모두 수용 거부 의견을 밝혔다. 지방교정청 내 독립적인 징벌재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행정력 낭비 우려”를 명목으로, 실외운동·집필·편지 수수·접견 제한 등 징벌 삭제에 대해서는 “필요 최소한의 제한”이라는 명목으로 거부했다. 보호실 수용·금치(교도소 내 질서 위반자를 0.9평 방에 가두는 징벌)기간의 상한을 단축하는 것도 거부했다.
이 밖에도 법무부는 접견 횟수와 시간, 접견 중지에 사유명시 등 접견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미결수용자(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 체포·구속돼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의 종교 자유 보장을 위한 규정 신설도 거부했다. 특별 귀휴(출소 직전이나 부모상을 당했을 경우 시행하는 휴가) 심사 완화와 기간 확대도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에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 해소, 외부교통권의 실질 보장, 효과적 교정교화 및 재사회화 등 기존 권고 내용의 수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과밀수용은 위생·의료, 교정사고, 개별 처우 저해, 미결수용자 처우 제한 등 각종 교정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라며 “(과밀수용 금지 조항의 신설이) 교정시설 수용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안전장치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