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에 다시 연락 취해볼 것”…북·미 대화 국면 조성되나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접촉해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에 대해선 “그는 똑똑한 사람이고 종교적 광신도가 아니다”고도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 위원장과의 대화 추진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북·미 협상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reach out)’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첫 재임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을 주요 위협으로 언급했다면서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고 문제를 해결했다”고도 말했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에서 각각 열린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지를 시사한 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약식 회견에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지칭하며 “김정은도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길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평화협상 개시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가 외교 우선순위로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특히 트럼프 1기와 비교할 때 북핵 능력 고도화는 물론 북한의 대러 무기 제공과 병력 파병 등 북·러 군사협력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한 터라 대화 재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 역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보다 러시아·중국과의 밀착 강화를 바탕으로 전략적 입지를 높이는 데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2기 인사들도 이처럼 달라진 환경을 인식하며 대북 접근 전략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상외교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전 종전 관련 진전이나 북한의 호응에 따라 북·미 대화가 예상치 못하게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구상과 관련 “북한이 개입하면 그건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지난달 12일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이라고 언급한 것을 볼 때 우크라이나전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에 북·미 정상회담과 대북 협상에 직접 관여했던 인사들이 다수 등용된 것도 관심을 모은다. 1기 당시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지낸 알렉스 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발탁됐다. 리처드 그레넬 북한·베네수엘라 담당 대통령 특사도 김 위원장 등 적성국 정상과의 대화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대화 국면이 만들어질 경우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한국 정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나란히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로 지칭하면서 미국 대북정책의 초점이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해안가의 콘도 역량을 언급한 대목을 두고 협상 재개시 핵동결 등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경제협력 패키지 딜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정부는 한·미 간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복잡하게 얽힌 셈법을 풀기 위해 대북정책 조율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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