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2018년 7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들을 부당하게 사퇴시켰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중남)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8월 임기가 1년가량 남아 있던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산하재단) 이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이 사건 재단 교체방침을 정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2017년 7월 천해성 당시 통일부 차관에게 손 이사장에 대한 사표 청구를 지시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직접 또는 통일부 소속 공무원에게 사표 청구를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일부 장관의 권한 범위에 있지 않아 직권남용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권한이 인정되는 공무원이 그 권한을 남용해야 하는데, 통일부 장관에게 재단 이사장을 임의로 해임하거나 임기를 단축시킬 권한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번 선고가 다른 관련 사건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 등도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백 전 장관 측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할 권한이 백 전 장관에게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