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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반사회적 의견광고의 ‘숙주 매체’

입력 2025.01.26 20:38

수정 2025.01.2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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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청년 백골단과 자유민주 민병대는 반란군을 체포하라.” “불법, 좌익, 용공 헌법재판소를 심판하라!”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이나 탄핵반대 집회장에서 뿌려지는 전단지 내용이 아니다. 조선일보 지면을 가득 채운 의견광고다. 광고주에게 돈을 받고 지면만 내줄 뿐이라고 발뺌할지 모른다. 하지만 광고는 지면과 함께 독자의 신뢰를 광고주에게 파는 행위이기도 하다. 길거리 전단지보다는 영향력 있는 언론에 실린 광고에 더 믿음이 가는 이유다. 불량식품은 생산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처벌받는다. 광고나 콘텐츠도 다르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9년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가 ‘여자 어린이가 진한 화장을 한 채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입술을 근접 촬영해 보여줘 성적 환상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로 CJ ENM 등에 법정제재인 ‘경고’를 내렸다. 세계적으로도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독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혐오표현을 삭제하지 않은 페이스북 등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또한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해 서비스 사업자가 혐오와 차별 표현, 허위 정보 등 불법적 정보를 걸러내지 않을 경우 글로벌 매출액의 6%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의견광고에 대한 신문사의 관여와 책임의 정도는 플랫폼의 유해콘텐츠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무겁다.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신문사가 적극 관여해 유치한 당사자이므로 광고내용을 확인하고 심의해 편집할 권한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서부지원 침탈폭동은 극단적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나 극우집단, 유튜버들의 선동에 더 큰 책임이 있지만 언론의 의견광고도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확성기 노릇을 한 매체도 공동정범이다. 표시 광고법에서 부당광고는 실제로 기만당했다는 입증 없이 그럴 가능성과 우려만으로도 제재한다. 의견광고가 직접적으로 폭동을 유발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긴 어렵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에서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현존하는 위험이다. 의견광고는 비싼 광고비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시민들이 공적 담론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도 한다. 그렇다고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파괴거나 공동체를 훼손하는 것까지 용인하진 않음은 물론이다. 특히 공론장을 형성하는 핵심기반인 언론이 표현의 자유에 기생해 반사회적 의견 광고를 퍼뜨리고 부추기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공적 책임을 얽어매는 단단하고 야무진 제도적 고삐가 필요하다.

첫째, 의견광고는 광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지어 광고를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일상과 미래까지도 그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공공의 적이다. 상품이나 서비스 광고는 이용 소비자나 경쟁기업으로 영향이 제한된다. 반면 의견광고는 공공의 질서와 안녕 나아가 사회적 체제와 제도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에게 훨씬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둘째, 의견광고는 광고와 피해의 인과관계 및 피해 주체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법적 구제가 쉽지 않다. 그만큼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규제를 통한 보호가 필요하다. 셋째, 사회적 법적 실체가 명확한 매체사에 책임을 부과하는 게 실효적이기 때문이다. 광고 내용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광고주에게 있지만 조직적 체계가 없는 일시적 단체나 개인 모임인 경우도 많은 의견광고는 광고주의 소재 파악이나 책임 주체의 범위를 특정하기가 그리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 유럽연합 등이 유해콘텐츠에 대해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는 까닭이다. 사실상 심리적 내전 상태에 이를 만큼 갈등과 대립이 깊어진 우리 사회에서 증오와 적대감을 부추기는 의견광고를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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