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추적 끝 CCTV 포착”

텔레그램에서 활동한 성범죄 조직 ‘자경단’을 검거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3팀원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길병·최경복 경위, 손새결 경사, 정계민·김진영 경위, 방은진 경장, 조승노 경감.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마라탕, 옛날통닭, 순대…’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집단인 ‘자경단’ 총책 A씨(33)를 포함한 일당 54명을 검거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성폭력 전담팀인 3팀 수사관들이 잡은 첫 단서는 음식 사진이었다. A씨는 왕처럼 군림하던 이곳 대화방에 실시간으로 음식 사진을 올리며 피해 여성들과 대화를 나눴다. 2020년 5월~2025년 1월 자경단에 의한 남녀 피해자는 모두 234명(10대 159명)이나 됐다.
수사관들은 음식 포장 용기, 바닥 장판 패턴 등을 단서로 삼아 A씨를 추적했다. 전국 여러 음식점을 일일이 찾아갔다. 산책로 사진에 등장한 나무와 돌담 종류를 파악하려고 조경업체를 찾기도 했다. 조승노 경감은 “작년 내내 음식 사진만 쳐다보고 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죄자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8월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수사팀은 텔레그램 측에 “성폭력 방조로 당신들의 CEO가 한국 경찰에 입건될 수도 있다”고 압박하며 협조를 이끌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A씨는 “수사하러 헛고생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라며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다.
사이버 수사 기법이 진보하는 만큼 범죄자들의 회피 수법도 진화했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능력만이 관건인 것은 아니다. 의외로 마약반 출신 수사관들이 큰 활약을 펼쳤다고 한다.
조 경감은 “사람을 잡아야 하는 만큼 폐쇄회로(CC)TV를 열어보는 게 중요한데 이건 강력계 수사관들이 잘한다”고 말했다. 이런 끈질김 덕분에 직접 미성년자에게 몹쓸 짓을 하러 나섰다가 CCTV에 찍힌 A씨 모습을 확보했다.
- 사회 많이 본 기사
이번 사건을 두고 조 경감과 3팀 팀원인 방은진 경장은 “사이버 성범죄 사건 중 최악으로 가학적이었다”고 말했다. A씨를 검거하기 전까지 약 1년간 서울경찰청 3팀 사무실은 불 꺼질 날이 없었다. 기자가 사무실을 찾은 지난 24일에도 3팀은 여죄를 찾기 위한 포렌식 분석으로 분주했다.
성착취 범죄 예방과 피해자 대처에 관한 질문에 조 경감은 “온라인 공간에서 약점이 잡혔더라도 주변 사람과 상담하고 수사기관에 적극 신고해야 한다”면서 “범죄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할 때부터 범죄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