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혜택 초고소득자에게 집중
상위 0.1%, 연 1800만원 감세 혜택받아

지난 26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시장에는 설을 앞두고 찾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제수용품을 팔지 않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강현석 기자.
직장인의 월급이 ‘찔끔’ 오르는 동안 물가는 크게 오르면서 실질 소득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진행되면서 근로소득자 전체 세부담은 줄었으나 감세 혜택은 주로 상위 0.1% 초고소득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1% 초고소득자는 1년에 약 1800만원 세금을 덜 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공개한 국세청의 연도별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를 보면, 최근 집계된 2023년 귀속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433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2.3%)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임금이 2.8% 늘어나는 동안 소비자 물가는 3.6% 올라 실질임금은 오히려 떨어졌다. 2023년 근로소득과 소비자물가 간 상승률 차이는 -0.8%포인트를 기록했다. 2022년 -0.4%포인트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임금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돈 것은 2009년(-2.0%) 이후 2022년이 처음이었고 2023년 차이가 더 벌어졌다.
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2023년 근로소득자의 전체 세 부담은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국회와 정부는 ‘서민·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명목으로 5000만원 이하 하위 2개 구간의 과세표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세법을 개정했다. 그 결과 2023년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428만원으로 1년 전보다 6만원(-1.4%) 줄었다.
감세 효과는 그러나 중·하위 구간의 근로소득자보다 최상위 구간 근로소득자에게 주로 돌아갔다. 근로소득자 중 최상위 0.1% 구간 2만852명의 2023년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3억329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836만원(-5.2%) 줄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9억6004만원이었다.
반면 중위 50% 소득 구간 인원 20만8523명의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29만원으로 1년 전보다 0.9% 증가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3302만원이었다.
임 의원은 “2085만 근로소득자의 소득 증가세가 약해지고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소득의 마이너스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민의 실질소득 저하는 소비와 생산 감소 등 내수를 위축시키는 민생경제에 큰 위협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