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딥시크, ‘제2의 스푸트니크’ 충격

오창민 논설위원

설 연휴 동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났다. 직원 200명, 설립 18개월 된 중국 기업 ‘딥시크’가 세계 최고 가성비를 가진 챗GPT ‘R1’을 선보인 것이다.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 테스트에서 79.8% 정확도를 기록, 기존 최고인 오픈AI의 o1(79.2%)을 앞섰다.

놀라운 것은 R1의 개발비용이 경쟁사의 20분의 1 미만이고, 반도체도 중국산 저사양 제품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딥시크 R1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 자본시장을 강타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에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27일 17% 폭락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딥시크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기존 AI는 숫자를 소수점 이하 30여자리까지 다루지만 딥시크는 8자리로 줄였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정확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딥시크는 메모리 사용을 75% 절감할 수 있었다. 기존 AI가 단어를 하나씩 떼어 읽는 식이라면 딥시크는 문장 전체를 단번에 읽는 방법을 썼다. 결과적으로 속도가 2배 더 빨라졌다. 기존 AI의 경우 한 사람이 변호사·의사·기술자 등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도록 설계됐다면, 딥시크는 필요한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오도록 해 효율성을 높였다. 모든 것이 ‘공개 소스’여서 누구나 검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 일개 벤처기업의 기술력에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2년여 전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왔다. 대중국 제재가 중국의 기술 혁신과 개발을 자극한 셈이다. 이 와중에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외신은 이번 사건을 ‘제2의 스푸트니크’ 충격에 비유했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하자 소련의 기술력을 얕잡아봤던 미국 전체가 국가적 충격에 빠진 사건이다.

딥시크 등장으로 대형 기업만 AI를 다룰 수 있다는 인식이 깨졌다. AI 개발과 활용이 쉽고 저렴해졌다. AI가 우리 삶에 한발 더 성큼 다가왔다.

딥시크 AI 모델 이미지. 연합뉴스

딥시크 AI 모델 이미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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