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안에 빅리그” 구체적인 꿈은 현실이 된다

심진용 기자

17세 이현승의 뚝심 있는 도전

<b>“두려운 건 없어…그냥 메이저리그 가는 생각뿐”</b> 17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계약한 이현승이 지난 22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두려운 건 없어…그냥 메이저리그 가는 생각뿐” 17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계약한 이현승이 지난 22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중학교 야구부 대신 클럽팀행
고교 진학 포기하고 검정고시
“미국 야구 하는 게 내 목표니까”

피츠버그 아마추어 FA로 첫발

지난 17일 메이저리그(MLB) 구단 피츠버그와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이현승은 올해로 17세다.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갔지만 금방 나왔다.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했다. 목적은 단 하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꿈꿨던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서다.

이현승이 MLB 구단의 주목을 받은 건 2023년 8월이다. 클럽야구팀 은평BC 소속으로 서울디자인고와 연습경기를 치를 때 맹활약했다. 중학교 3학년 나이로 고등학생 선배들을 상대로 홈런 2개를 때렸다. 세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겼고, 네 번째 타석에서 전광판을 때렸다.

이현승을 지난 22일 인천의 한 실내훈련장에서 만났다. MLB 계약서에 서명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다. 2025년 계약이라는 의미에서 등번호로 25번을 달았다. 키 1m85에 85㎏의 당당한 체격이지만, 앳된 얼굴에는 아직 여드름 자국이 남았다.

스카우트 앞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던 경기가 기억에 생생하다. 두 번째 홈런을 치고 바로 다음 수비 이닝에서 MLB 스카우트가 관중석에 앉은 어머니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태어나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첫 두 타석을 범타로 물러나자 마음이 좀 급해졌다. 세 번째 타석 홈런을 때리고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네 번째 타석에선 ‘하나만 더 치면 무조건 미국 간다’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초구에 직구 높은 공이 들어왔다. 그대로 잡아당긴 공이 전광판을 맞고 넘어갔다. 그리고 몇달 뒤 이현승은 미국으로 갈 생각이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이현승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갔지만 금방 나왔다. 유격수가 너무 하고 싶어서 여러 차례 감독 선생님을 졸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였다. 이현승은 “솔직히 그때는 유격수를 맡기에 제가 실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야구, 하고 싶은 걸 꼭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중학교 야구부를 나와 클럽야구팀으로 들어간 이유다.

이현승은 지난해 2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야구부를 나온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법한 선택이었지만 이현승은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학교 수업 대신 야구에 집중하는 편이 자기 꿈을 실현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이정호씨는 “야구부를 나올 때도, 진학을 포기할 때도 애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제대로 뒷바라지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애타는 심정을 털어놓는데, 듣고 있던 아들이 불쑥 한마디를 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 가면 그런 고민 안 해도 되니까요. 저는 그냥 메이저리그 간다는 생각만 했어요.”

김태민 피츠버그 스카우트는 통화에서 “내야수가 힘이 좋고 발도 빠르다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그것보다도 목표를 의심하지 않는 의지나 끈기를 더 주요하게 봤다. 구단에 올린 보고서에도 그런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야구를 꿈꾸는 선수들은 많지만, 그런 꿈을 정말 구체적인 목표로 밀고 나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꿈은 크게, 목표는 구체적으로 잡았고 준비는 착실히 했다. 지난해 1월부터 8개월 동안 준비해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영어도 화상통화로 하루 30분씩 꾸준히 공부했다. 이제 일상 회화는 크게 무리 없는 수준이다.

이현승은 다음달 2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향한다. 이현승과 함께 피츠버그가 이번에 계약한 선수만 모두 22명이다. 그중 도미니카 출신 유격수가 최고액인 225만달러에 계약했다. 이현승의 계약금은 16만달러다. 7년 안에 빅리그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부모 곁을 떠나 낯선 땅에서 홀로 경쟁해야 하는 게 불안하지는 않으냐는 말에 이현승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리그라는 목표를 어릴 때부터 세웠고, 이제 거기에 정말로 도전한다는 것 자체에 저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만큼 더 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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