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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인간이다

입력 2025.01.30 21:30

수정 2025.01.3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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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봄, 한강은 조류 충돌을 다룬 단편소설 ‘철길을 흐르는 강’을 발표했다. 국내 언론이 조류 충돌을 처음으로 언급한 시기가 같은 해 9월20일이니, 이 소설은 언론보다 앞서 최초로 국내에 조류 충돌을 소개한 셈이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나’는 성당의 유리창에 부딪친 새의 죽음을 사무국 직원에게 알리는데, 직원은 늘 일어나는 일이라며 현실논리를 들이댄다. ‘나’는 죽은 새를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내 손이 새인지 새가 내 손인지’ 알 수 없다고 고백한다. 소설의 제목인 ‘철길을 흐르는 강’ 또한 새 떼의 비유다. ‘나’는 죽은 새를 묻은 철길에서 강의 환영을 보는데, 그 물살은 ‘나’의 몸을 덮쳤다가, 다시 새 떼로 바뀌어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른다.

속성이 유사한 두 가지 대상을 ‘A는 B다’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은유는 대표적인 문학적 수사법이다. 한강은 이 방식을 통해 인간과 새가 다르지 않음을 역설한다. 강은 인간이고, 인간은 새이며, 그러므로 새가 곧 인간이라 말하며, 죽은 새를 애도하고 되살려낸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소설 속 새의 죽음은 현실의 참사로 다시 나타났다.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새와 함께 인간도 목숨을 잃었다. 참사를 인간과 새의 충돌로 해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간과 새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충돌한 두 가지 가치는 새와 인간이 아닌, 생명과 돈이다. 사고의 본질은,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더 많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개발중심주의다.

비인간종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개발사업들이 이제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는 동식물들의 삶을 위협할뿐더러 인간 자신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 지구상의 생물들은 서로 도우며 공존한다. 한 인간의 내부에는 인간이 아닌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다른 존재의 죽음은 우리 자신의 죽음과 같다.

작가는 ‘철길을 흐르는 강’을 소설집에서 빼버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뒤 인간이 죽인 새의 주검을 한번 더 소설 속에 등장시킨다. <채식주의자>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영혜가 손에 쥐고 있는 죽은 동박새다. 죽은 새를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애도하던 소설 속 인물이, 이번에는 새의 목을 눌러 살해한다. 새와 인간이 다르지 않다며 소설 속에서 새들을 되살려낸 전작이 현실의 새들은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한 작가는, 이제 새의 주검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 새를 죽인 게 유리창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남편의 입을 통해 ‘한때 내 아내였던 여자가 새를 물어 죽였다!’고 외치게 한다.

<채식주의자>의 시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차별과 대립적 사고에 물든 채 현실논리에 수긍하며 살아가던 평범한 남편이, 새를 죽인 아내의 기행을 통해 자신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말, “인간이 새를 죽였다!”를 발언함으로써, 비로소 폭력을 자각하는 인간으로 도약한다.

인간은 새를 죽이고, 새는 인간을 죽였다. 아니, 둘 다 진실이 아니다. 돈이 새를 죽였고, 돈이 인간을 죽였다. 돈이 새와 인간을 모두 죽였다. 그렇게 다시 한번 더, 새는 인간이다.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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