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부산시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 연합뉴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도 배출권을 팔아 이득을 보는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배출권 할당 관리기준이 강화된다.
환경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의결된 개정안은 다음달 7일부터 시행된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일정량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남은 배출권을 팔아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배출권 할당 관리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의 취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허용한 배출량이 너무 많아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도 돈을 버는 부작용이 있었다. 천재지변으로 오히려 ‘로또’를 맞은 일도 있었는데, 포스코는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로 공장이 멈추면서 500만t의 온실가스가 줄어 311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개정안은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할당 취소 수준을 상향하기로 했다. 기존엔 배출량이 할당량의 50% 이상이 되면 배출권을 취소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개정안은 배출량이 할당량의 15% 이상 25% 미만 감소하면 배출권의 절반을, 25% 이상 50% 미만 감소하면 75%를, 50% 이상 줄어들면 100% 취소하도록 했다.
배출권거래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가격’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도 커졌다. 기존엔 최근 1개월 배출권 평균 가격이 직전 2개년 가격의 60%보다 낮을 때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70% 아래로 떨어지면 조처가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에 시장참여자의 배출권 거래 관련 업무와 재산 상황 등을 검사하도록 협조 요청할 수 있게 정해 시장 감시 능력도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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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개정안을 통해 은행과 보험사, 기금관리자, 투자매매업자, 집합투자업자 등까지 시장참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배출권을 할당받는 기업(할당대상업체)과 시장 조성자,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로만 참여자가 한정돼있다. 시장참여자 배출권 거래와 신고를 중개회사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김정환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4%를 관리하는 배출권거래제의 성패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여부로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배출권 거래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