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해 자신이 강조해온 민생회복지원금을 내려놓고 인공지능(AI) 투자에 힘을 실었다. 해병대 독립 등 국방 분야 정책과 대일 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진영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주의 노선에 속도를 붙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새 AI 모델의 여파를 거론하며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과 미래 먹거리를 키워내는 일에 있어 정쟁과 정파는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추경에 대대적인 AI 개발 지원 예산을 담아 준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의논하며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그는 “양보해야 하는 게 있다면 양보하겠다”며 추경에 민생회복지원금을 반영해달라는 기존의 요구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금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하겠다는 태도라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 효과만 있다면 다른 정책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시민들에게 직접 민생 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AI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힘을 실은 것으로, 최근 강조해온 실용주의 노선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정치적 성향에 구애받지 않는 정책 노선을 예고한 바 있다.
AI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실용적 정책 제안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2일 SNS에 해병대를 독립하고 준4군 체제로 개편하는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해병대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튼튼한 국방과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보수가 강조해온 국방 이슈에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대일 외교와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일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양국(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아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일본에는 강경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중시한다는 일각의 시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오는 3일에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된 당의 정책 토론회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현재 논의되는 특별법 내용 중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한다며 반대해왔으나, 성장을 강조한 이 대표가 기조를 뒤바꿀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회가 정책 기조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