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중국 혐오’ 정서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의 일부 극우 지지자들이 주한 중국대사관 가까운 곳에서 ‘멸공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여는가 하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돼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중국인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대거 참가했다고 주장하며 혐중 선동을 벌이고 있다.
혐중 정서는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 내내 확산돼온 측면이 있다. 12·3 내란 이후 한층 심각해졌다. 공공장소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 수위가 높아졌고, 무엇보다 주요 정치인들이 거리낌 없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과 관광객에게 집회 장소에서 거리를 두고 안전에 주의하도록 당부할 정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정보원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지지자들은 중국인 선거 개표원 채용, 중국인 해커의 서버 공격 등에 의해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음모론과 결합한 혐오 정서가 수그러들지 않는 데는 ‘중국인 간첩’을 언급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한 윤석열, 여당 정치인의 책임이 크다. 특정 국적 외국인에 대한 혐오 조장은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 입장을 바꿔 미국이나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혐한 정서 때문에 위협을 받거나 두려움을 느낀다면 어떨 것인가. 자칫 폭력 사태 같은 불상사가 벌어지면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한·중관계를 관리해야 할 주중대사는 공석이다. 윤석열이 지난해 10월 주중대사로 내정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해외 공관장 인사 임명에서 제외됐다. 김 전 실장은 전문성보다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정무적 고려로 발탁됐는데, 대통령 직무정지로 사정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후임이 부임하지 않았는데도 정재호 주중대사는 자리를 비우고 귀국해버렸다. 여권은 혐중 정서 조장을 멈추고, 한·중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탄핵 국면이 정리될 때까지 정부가 한시적으로 외교관 출신 주중대사 대리를 별도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미국이 정권 교체기에 조셉 윤을 주한대사 대리로 서울에 파견한 선례가 있다. 상징적 우호 제스처이기도 하고, 대중국 외교와 정보 수집 공백을 메우는 실용적 조치가 될 수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다이빙 주한중국대사(왼쪽)로부터 신임장을 전달받고 조태열 외교장관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