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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포문 연 트럼프, 한국은 속수무책

입력 2025.02.02 19: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려했던 글로벌 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고, 중국도 “반격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는 멕시코의 냉장고 생산기지를 미국 테네시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한다. 세계은행은 트럼프 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아직 한국을 지목해 관세율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미 교역 흑자국인 한국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최근엔 철강·의약품·반도체 등의 분야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내수 위축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선 수출마저 감소가 불가피해 1%대로 예상되는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고관세 장벽으로 미국 물가가 오르면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워져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위에서 고공행진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2년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눌러온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가 새해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는 전임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까지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0억달러와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47억4500만달러,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보조금 지급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자국 이익을 위해 동맹국 기업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트럼프 정부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런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조만간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한국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와 통화하겠다는 얘기만 한 달째 반복하고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와 민생이 벼랑으로 내몰린 지 오래다. 내란 사태로 인한 리더십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그럼에도 치밀한 통상·산업 전략과 대대적인 내수 진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가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할 지혜를 모으는 일이 급선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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