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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언론이 사이비 민주주의자를 대하는 법

입력 2025.02.02 20:59

수정 2025.02.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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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민주주의 유형 연구소’(Varieties of Democracy Institute)는 2024년 3월에 발표한 전년도 세계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독재화 국가’ 42개국 중 하나로 분류한 바 있다. 여기서 독재화란 한 나라의 ‘자유민주 지수’가 그 전 해보다 하락한 것을 말한다. 이 보고서는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상승했던 지수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불과 1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음을 짚었다. 보고서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축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일반적으로 언론인 괴롭히기를 통해 작동”한다며, 한국을 “표현과 언론의 자유 훼손이 비단 혹독한 독재 국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윤 대통령의 집착적 ‘자유민주 선언’은 그만큼의 허언이었고 독재화의 끝은 친위 쿠데타였다.

일상이 아닌 비상시에 존재의 본질이 드러난다. 여당 주류 정치인들이 각종 기언과 기행으로 독재화를 비호하고 나섰다. 일부 법조인들도 “부정선거” “불법체포” 등 반체제 정서를 확산하는 궤변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계엄령이나 법원 습격 자체가 옳다고 말하진 않는다. 다만, 법정에서 다퉈봐야 하며, 그것들을 유발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일 뿐이다. 범죄 행위를 논쟁 사안으로 끌고가며 두둔하는 이들은 스스로 폭력을 행하지는 않으므로 법적으론 무죄다. 이렇게 민주주의 제도 내에서 활동하면서 그것의 자유를 악용해 비민주적 목적을 이루려는 이가 바로 사이비 민주주의자다. 언론도 이들에 당황하며 함께 분화하고 있다. ‘헌정 질서 파괴와 회복’이라는 민주적 프레임, ‘정파적 대립과 갈등’이라는 내란 물타기 프레임,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의 ‘양시양비’ 프레임을 보이는 것들로 나뉘어간다.

일상이 아닌 비상시에 부적절한 관행이 더 큰 문제로 드러난다. 선진국 주류 언론은 기사 제목에 따옴표를 넣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은 남의 말을 옮겨주기만 하는 따옴표 제목이 넘쳐흐른다. 선전 도구로 전락하는 일이라는 끊임없는 비판에도 버텨온 관행이다. 속보 클릭 경쟁 환경에서 지금도 사이비 민주주의자의 전략적 발언을 옮기기에 급급하다. 굳이 내란 옹호 주장을 옮겨야 한다면 직접인용 말고 ‘홍길동, 사법 집행 또 비난’이란 식의 진짜 사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기사 안에서도 ‘그가 말했다’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말한 바’의 사실 여부를 알려야 한다. 찬반 집회를 병렬하거나, 찬반 인사를 같은 자리에서 토론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탈적 주장은 아예 무시하거나 도리어 그 기현상의 원인을 분석해주는 게 정통 저널리즘이 택할 바다. 방송 인터뷰 중 내란 옹호 발언이 나오면 하나의 의견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사회자가 바로 반박하고 시청자에게 이 발언의 위험성을 고지해야 한다. 1950년대 미국 언론은 반공주의자 조지프 매카시의 기자회견 요청 등을 무시하며 극단주의 선전장이 되길 거부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언론에 새 과제를 남길 것이다. 우두머리 처벌 뒤에도 그를 옹호한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은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한, 언론은 이들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도권 내 인물이라도 혐오와 차별 등 천부인권을 유린하는 언사, 헌정 파괴 두둔, 폭력 조장, 언론 자유 침해 언행 등에는 엄정하고도 비판적인 태도를 지켜야 한다. 반대로, 탄핵 인용 등으로 정국이 일상으로 돌아간 후, 일탈 사건이 아닌 정당한 논란 사안에서는 중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정당한 논란거리에도 공정성 원칙을 외면하고 한쪽 편을 들어온 한국 언론의 잘못된 관행이 도리어 이번 사태로 더 공고해져선 안 된다. 당내 경선이나 대선 등 민주적 과정에서 혹여나 드러날 사이비 민주주의자의 내란 옹호 언행 등에는 준엄한 태도를 고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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