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3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의왕 | 성동훈 기자
5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인간으로서의 도리”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하는 것을 두고 “차라리 국민의힘 당사를 서울구치소로 옮기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집권 여당 1,2인자라면 현 상황에서 내란 수괴와의 인간적 관계를 끊고 사죄하는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공후사가 우선해야 한다”라며 “차라리 국민의힘 당사를 서울구치소로 옮기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오늘 예정된 이들의 면회는 ‘인간적 차원의 면회’가 아니다”라며 “당과 대통령이 만나 현안에 대한 총체적 대응을 (하기) 위한 ‘쌍권총 회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대표는 대선을 위해, 윤석열은 탄핵 기각 및 형사재판 무죄를 위해 집토끼를 잡고 있어야 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민생 진정성을 운운하기에 앞서 내란 수괴와 단절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국민이 믿는다”라며 “지금처럼 내란 수괴와 절연하지 못하고, 내란 수괴에게 당에 기생할 빌미를 주면 패가망신한다”고 꼬집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지난달 31일 정 비서실장 일행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행렬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떠나고 있다. 의왕 | 성동훈 기자
야권은 국민의힘 ‘투톱’의 윤 대통령 구치소 면회를 일제히 비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계엄 선포 이전에 자신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고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중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런 방식으로, 이 시점에 구치소까지 찾아가는 행태는 지지자들을 선동하겠다는 목적이 너무나 분명한 행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러한 행위는 결과적으로는 현재 진행되는 모든 사법 절차를 방해하고 모든 것을 정쟁화해 본질을 물타기함으로써, 조기 대선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고 하는 정치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한 것처럼 간다고 하면 조용히 가면 되는데, 언론에 다 공개하면서 방문한다는 것은 극우세력들에게 보내고자 하는 시그널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아무래도 (대통령과 여당이) 헌법재판소,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서 장작을 넣는 중인데, 오늘 이후에 이 투톱이 (윤 대통령)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사법부 공격에 좀 더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면회한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치 현안이나 수사·재판 관련 논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다. 지도부가 아닌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며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가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의 일반인 접견 금지 조치는 지난달 24일 해제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과 첫 일반 접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