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지럼증의 발병과 악화에 심리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우울감과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이 어지럼증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 연구팀은 어지럼증의 발병 및 만성화와 관련된 요인을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BMC 정신의학(BMC Psychiatry)’에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내 40세 이상 성인 4147명의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성별, 연령, 건강상태, 수면시간, 스트레스, 우울증상 등이 일반·만성 어지럼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네트워크 분석 기법 등을 적용해 살펴봤다.
어지럼증은 성인 3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환자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삶의 질을 크게 낮추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어지럼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으로 고령, 기저질환 유무 등을 지목한 연구가 있었지만 우울·불안 등 심리적 요인까지 포함한 분석은 부족해 연구진은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어지럼증은 남녀 모두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우울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면 여성에게 어지럼증이 더 자주 발생했는데, 여성 환자는 관절염 진단 여부와 흡연 같은 요인의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연령, 교육수준, 음주 등의 요인이 더 두드러지게 영향을 미쳤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어지럼증은 5시간 이하로 수면시간이 짧거나 고막 이상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이 있을 때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만성 어지럼증은 높은 스트레스와 우울 수준이 연관돼 있었지만 일반 어지럼증과는 우울 증상의 양상 면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일반 어지럼증 환자는 우울한 기분 자체가 주요한 증상이지만 만성 어지럼증 환자에겐 사고가 느려지고 초조감을 느끼는 등의 증상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어지럼증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나 우울 등 심리적 요인에 관한 치료와 함께 적절한 수면시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만성 어지럼증은 우울한 기분을 넘어 정신운동 기능과 관련된 신체적 증상까지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치료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박혜연 교수는 “이번 연구로 성별에 따른 어지럼증 요인의 차이와 만성 어지럼증에서의 주요 우울 증상 패턴을 밝혀내 향후 맞춤형 치료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어지럼증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므로 이비인후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협력하는 다학제적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