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3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절차에 착수해 ‘무역전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타나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에, 코스닥은 24.49포인트(3.36%) 내린 703.80에 장을 마감했다. 2025.02.03 한수빈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3일 미국발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관세 부과의 영향권에 드는 이차전지·반도체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추락하며 코스피는 2.5% 넘게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70원대까지 뛰어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도 관세조치 강도에 비례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장중 3% 급락…가상자산도 폭락

금융시장 등락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3.42포인트(2.52%) 급락한 2453.95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엔 3.16% 급락한 2437.6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2430선까지 밀린 것은 지난달 3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24.49포인트(3.36%) 떨어진 703.80에 장을 마감했다.
가상자산도 폭락했다. 가상자산 시황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48분 기준 하루 전보다 6.21% 급락해 9만4175.23달러에 거래됐고 이더리움(-19.33%), 리플(-20.91%) 등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반면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4.5원 오른 달러당 1467.2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장중 1472.5원까지 오르며 약 한 달 만에 1470원선을 넘기기도 했다. 국내 금 가격(KRX금시장 기준)도 3.6% 오른 g당 13만8000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것은 지난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절차에 착수해 ‘무역전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보편관세를 부과하진 않으면서 시장은 잠시 ‘안도랠리’를 이어왔지만, 취임 2주 만에 동맹국을 상대로 고강도 관세를 부과하자 그의 관세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 모든 정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덮쳤다. 특히 전날에 이어 2일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것이 충격을 더 키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대미 수출 흑자국들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8723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이탈했다. 지난주 중국 스타트업이 내놓은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으로 급락했던 반도체는 대미 흑자 품목이라 향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급락세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4.17%, 2.67% 하락했다.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기아(-5.78%), LG전자(-7.13%), IRA 폐지시 타격을 받는 2차전지주도 큰 폭으로 내렸다.
2018년에도 ‘대중관세’에 증시 ‘휘청’
시장에선 향후 변동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자 한국과 미국 증시 모두 크게 출렁였다. 2018년 9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자 다음달 코스피는 13.37% 급락했고 S&P500지수는 6.94% 하락했다. 이듬해 5월 미국이 대중 관세를 10%에서 25%로 높이자 같은 달 코스피는 7.34%, S&P500은 6.58% 떨어졌다. 관세의 강도가 강해질 때마다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새로운 관세 부과는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주가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본·한국 등 미국의 6대 수입국에 대한 관세·통상 압박은 2분기 중 전면화될 공산이 크다”며 “상반기 코스피의 박스권 등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