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경향신문 등 언론사들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해당 지시를 받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국무위원들의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해선 검찰·경찰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3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집무실에 들어온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에게 “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주며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박안수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통해 포고령을 발령한 직후인 오후 11시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오후 11시37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주라”고 지시했다.
허석곤 청장은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전달했고, 오후 11시40분 이영팔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달라’고 반복해 요청했다. 오후 11시50분 허 청장이 황 본부장에게 재차 전화해 ‘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확인하기도 했다.
향후 경찰 수사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은 이 전 장관에게 내란죄를 적용할지 판단할 핵심 범죄사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16일 공수처가 이첩요청권을 발동하자 경찰이 윤 대통령 사건과 함께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줬지만, 최근 경찰은 공수처로부터 이 전 장관 사건을 다시 넘겨받았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증인 선서도 거부하고 모든 질문에 정면을 응시하며 “증언하지 않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검찰도 이 전 장관을 포함해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에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이 전 장관뿐 아니라 국무위원 다수가 윤 대통령의 ‘계엄 쪽지’를 받았다. 이들이 계엄의 위법·위헌성을 알고서도 후속 조치나 사전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내란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무회의를 소집하기 전에 국무위원들의 조치 사항들을 문서로 작성·출력해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을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을 적은 문서를 건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는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문서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