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형사13부)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3일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심에 이어 2심도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 행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법원이 재벌 총수의 경제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닌지 묻게 된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2020년 9월1일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주요 범죄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서버는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정보가 압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삼성 임원의 휴대전화는 범죄 혐의와 관련성 없는 정보의 삭제·폐기 의무 등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사법부의 당연한 책무이나, 이 회장이 아닌 일반인 재판에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재벌을 봐줬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다.
2심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였다. 앞서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 취소 소송에서 2015년 비상식적이고 의도적인 분식회계가 있었고, 이는 구 삼성물산의 합병 문제 등을 이유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재량을 벗어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전체적으로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한다”며 해당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행정재판과 형사재판이 다르다고 하지만, 일반인의 법 상식으론 같은 사건에 서로 다른 법원 판단이 나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 도대체 재벌 총수의 재량이란 무엇인지, 총수의 권한 행사는 최소한의 합리성만 갖추면 무사통과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듯 이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을 도와 달라고 최순실씨 모녀에게 말을 사준 것 등이 문제가 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죄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대통령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유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심증도 있고 물증도 있는데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한 것인가.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하고 끝까지 증거와 법리로 이 회장의 불법 행위 여부를 밝히기 바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