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애물단지’ 가마우지·왕우렁이…농어촌 지자체, 퇴치 진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애물단지’ 가마우지·왕우렁이…농어촌 지자체, 퇴치 진땀

가마우지 배설물 탓 나무 고사…여수 장군도, 덮개 그물 설치

왕우렁이, 모내기 직후 어린모 갉아 먹어…전남, 퇴치제 지원

지난달 23일 전남 여수시가 민물가마우지로 인해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장군도에 드론을 이용해 대형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지난달 23일 전남 여수시가 민물가마우지로 인해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장군도에 드론을 이용해 대형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기후변화로 겨울 철새였던 가마우지가 텃새화되고 왕우렁이가 논에서 겨울을 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남 여수시는 3일 “민물가마우지를 막기 위해 지난달 23일 장군도에 폭 30m, 길이 150m의 대형 그물망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둘레 600m가량의 작은 섬인 장군도는 여수 명소인 이순신 광장과 돌산공원에서 불과 100~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섬은 지난해부터 300여마리의 가마우지가 둥지를 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마우지 배설물로 나무가 고사하고 악취가 도심까지 날아온다. 전남에서 가마우지 집단 서식지가 확인된 것은 장군도가 처음이다.

여수시는 지난해 포획과 고압 물 세척 등을 진행했지만 가마우지를 퇴치하지 못해 드론을 이용, 장군도에 그물을 씌웠다. 여수시 관계자는 “과수원의 새를 막는 그물에서 착안했는데 조만간 현장을 찾아 효과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물가마우지는 겨울 철새였지만 2003년 경기 김포에서 100쌍이 번식한 것이 처음 확인됐다. 이후 전국에서 텃새화된 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가마우지는 민물, 연안 양식장, 낚시터 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먹어 어족자원을 황폐화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배설물은 나무를 고사시킨다.

2023년 시행된 환경부 조사에서는 서울과 대구, 대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북 등 전국 22개 지역에서 번식지가 확인됐다. 발견된 둥지는 5857개로 2018년 3738개의 1.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환경부는 2023년 12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겨울을 이겨낸 왕우렁이가 잡초 대신 모내기 직후 어린모를 갉아 먹어 피해가 발생한 전남의 한 논. 전남도 제공

겨울을 이겨낸 왕우렁이가 잡초 대신 모내기 직후 어린모를 갉아 먹어 피해가 발생한 전남의 한 논. 전남도 제공

‘친환경 농법’의 대명사로 통했던 왕우렁이도 한국의 겨울을 이겨내고 월동하면서 오히려 농사에 피해를 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모를 심은 논에 손톱만 한 크기의 작은 왕우렁이를 넣어두면 잡초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왕우렁이들이 잡초를 갉아 먹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잡초 98%를 없앨 수 있다. 인력과 농약 등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농사 비용도 90% 정도 줄어든다. 이런 장점으로 전남에서는 2000년대 중반 도입됐다.

남아메리카 원산인 왕우렁이를 이용한 농법을 두고 생태계 교란 우려가 나왔지만 ‘한국의 겨울을 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며 농가에 확산했다. 2008년 전남도는 “왕우렁이 월동실태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 생태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당시 전남도는 해남과 강진, 나주에서 왕우렁이가 월동하지 못하고 폐사했다고 설명했다. 왕우렁이는 영하 4도 이하 기온이 3일 이상 이어지면 생존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논에서 겨울을 난 왕우렁이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살아남은 왕우렁이가 모내기 직후 어린모를 갉아 먹으면서 매년 피해가 발생한다.

월동 왕우렁이로 인한 전남의 피해 면적은 2020년 660㏊로 집계됐다. 2021년 33㏊, 2022년과 2023년 3.1㏊로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1593㏊로 큰 피해를 봤다. 지자체들은 농가에 월동 왕우렁이를 없앨 수 있도록 친환경 퇴치제를 다시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겨울 기온이 올라가고 비도 자주 내리면서 살아남는 왕우렁이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깊이갈이를 통한 논 말리기 등 예방 대책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