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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것

입력 2025.02.03 21:01

수정 2025.02.0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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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을 구출해왔다’라는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의 페이스북 글이 최근 화제였다. 권 교수는 극우 유튜버에 빠진 중학생 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수개월간의 토론과 설득 끝에 아들의 뇌에 달라붙은 ‘끈덕진’ 극우 논리를 겨우 떼어냈다고 한다.

젊은 남성들의 극우화는 헌정질서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에 가담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86명 중 90%가 남성이고, 52%가 20~30대였다. 권 교수는 JTBC 인터뷰에서 “학교 애들은 100%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라는 아이의 말을 전하면서, 극우 유튜버의 논리가 남성 청소년의 어떤 새로운 문화가 됐다고 진단한다.

극우 유튜버들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상대를 적으로 몰아간 뒤 혐오하거나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청소년들은 그런 행동을 따라 하면서 힘을 과시하고 ‘권력’을 느낀다. 권 교수에 따르면 그것은 하나의 ‘놀이’가 됐다. 동조하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거라 믿는 ‘또래압력’마저 작용하고 있다. 20대 남성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분석해 원인을 짚는 시도들이 많았는데, ‘또래압력’ 역시 하나의 힌트다.

저널리스트 티나 로젠버그는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에서 ‘또래압력’의 힘을 보여준다. 사람의 행동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공포심을 주는 것만으로 바뀌지 않았다. 10대 에이즈 확산으로 골치를 앓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대부분 청소년들은 콘돔 없는 성관계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을 바꾼 것은 ‘러브라이프’라는 캠페인이었다. 설교나 경고가 아닌, 따라 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청소년 사이에 위험한 성관계 거부가 ‘쿨’한 것이라는 또래압력이 싹트자 감염률은 극적으로 낮아졌다.

세르비아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독재를 끝장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시민운동인 ‘오트포르’도 특정 이념이나 인물을 지지하라고 설득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행’이 되길 바랐고, 고교생들에게 ‘힙’한 존재로 떠올랐다. 학급 전체 학생이 가입하러 왔고, 경찰의 탄압에 굴하기는커녕 누가 더 많이 체포당하는지 경쟁까지 벌였다. 반면 9·11 테러를 저지른 핵심 테러리스트들은 ‘또래압력’의 끔찍한 사례다.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한 중산층 이슬람교 청년 그룹이었던 그들은, 함께 자란 집단 내에서 서로 극단성을 과시하며 주목을 끌려고 했고 점점 더 과격해졌다. 그들은 알카에다의 세뇌를 받지 않았다. 스스로 찾아가 접촉했다.

로젠버그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타인과의 결속감에 대한 염원”이라 말한다. 인간은 새로운 정보만으로는 믿음을 쉽게 내려놓지 않지만, 타인과 관계 맺음 속에서 생각과 행동이 변하기도 한다. 청년 남성들의 극우화를 교육과 처벌로 바꿀 수 있을까. 폭력과 혐오는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러브라이프나 오트포르도 필요하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고 선언한 이찬혁처럼, 극우 유튜버의 선동이 또래 집단에서 ‘어느새 지질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그 무언가 말이다. 애초에 한국 사회의 무엇이 극우와 혐오 논리를 ‘쿨’하게 보이도록 한 것인지, 기성세대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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