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딥시크’ 열풍 속
미, 수출통제 수위 강화할 듯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22년 10월 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하고, 이듬해 일본·네덜란드가 동참했지만 오히려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주목받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통제 수위를 더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무역안보관리원 학술지에 게재된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반도체 수출통제 개편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에 미친 영향’ 논문을 보면, 일본 기업 도쿄일렉트론(TEL)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20~25% 수준에서 2023년 30~40%로 상승한 뒤 지난해에는 45%로 늘었다. TEL은 건식 식각 분야에서 미국 기업 램리서치와 함께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기업이다.
노광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대표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 ASML의 대중국 매출은 2022년 1분기 35%에 육박하다 같은 해 4분기 1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2023년 40%대로 급상승했고 지난해는 40% 중반을 넘어섰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의 검사 장비 기업 KLA의 경우 2022년 수출통제를 거치며 대중국 매출 비중이 20~30% 초반에서 40%대로 올랐다. 램리서치의 대중국 매출 비중도 30%대에서 수출통제 직후 20%대로 단기 하락했으나 2023년부터 급상승해 지난해 40%를 기록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도 증가했다. 수출통제 전인 2022년 1~9월 중국의 월평균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액은 31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9월 39억6000만달러로 27.5% 증가했다.
논문은 “(미국 정부의)현행 반도체 수출통제 체제에서 중국으로 고수준 장비가 수출되는 것을 온전히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런 논문과 같은 결과를 토대로 반도체 관련 수출통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논문의 주저자인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4월쯤 상무부의 분석 결과가 나오면 반도체 수출통제 내용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