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돌입 이틀째인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폭격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랍 5개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근 아랍권 국가로 이주시키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측에 보냈다.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5개국 외교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한에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후세인 알셰이크 사무총장도 동참했다.
5개국 외교장관과 알셰이크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을 떠나기를 원치 않고,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명백히 지지한다”면서 “가자지구의 재건은 가자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동 지역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떠안아 부담이 크다면서 “우리는 일시적이라고 해도 지역 전체의 과격화와 불안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추가적인 이주가 지역 안정성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라고 했다.
5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 비전에 함께 하기를 원하며 그가 이전 대통령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아랍국가들의 서한은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발송됐다. 4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에선 가자지구 2단계 휴전과 레바논 휴전 등 중동 지역 정세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주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아랍 5개국 외교장관들과 알셰이크 사무총장은 지난 1일에도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동한 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주 구상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인근 아랍 국가로 팔레스타인인들을 대거 내보내고 가자지구를 정리하는 방안을 거론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가자지구 재점령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스라엘 극우세력들은 이를 환영했으나, 아랍연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고향에서 뿌리 뽑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는 등 ‘인종 청소’ 논란이 거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주 지역으로 지목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