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화면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상승하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1.3%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4일 발표한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의 경우 국내 경제 여건이 양호해 환율이 안정적이었으나 최근 국내 경제는 내수 부진,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환율 불안정성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향후 정치·경제 상황에 따른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정책 대응이 원활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 수습될 경우, 대외환경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올해 하반기에 경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 수습되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 지속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예고로 연중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올해 환율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보고서는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자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돼 원·달러 환율은 4% 이상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정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중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약 5.7% 상승 압력을 받게 되며, 이러한 시나리오하에서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투자·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재정 공백 발생, 통화·통상 정책의 효과적 대응 지연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전망기관 예측치(한국은행 1.6∼1.7%, KDI 2%)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석유화학·철강 등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의 상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환율 불안이 실물·금융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한 법안의 조속한 처리, 취약부문 금융보호망 강화 등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선 여야 합의를 통해 단기 부양책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보조금, 에너지 기반시설 확충 등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