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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무책임했던 정재호 전 주중대사

정재호 주중국 대사가 2024년 4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재호 주중국 대사가 2024년 4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재호 전 주중 한국대사가 2년 6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31일 귀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후임으로 내정한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공관장 인사에서 제외됐다. 주중대사는 탄핵 국면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정 전 대사는 지난해 12월2일 정례브리핑 이후 기자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임시공휴일이었던 지난달 27일 오후 5시 급작스럽게 이임식을 열었다. 이임식은 언론에 사전 공지되지 않았으며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2시간 전에 알려졌다. 300명 가까운 대사관 직원 대부분이 귀향해 수십명만 이임식에 참석했다고 전해진다.

견해를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정 전 대사 역시 비상계엄 선포 및 이어진 탄핵국면과 관련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며, 이임을 앞두고 곤혹스러웠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공직자’ 정재호는 대중 외교 공백을 택했다.

정 전 대사는 2022년 7월 부임했다. 그는 한·중관계가 험악한 시절 부임한 모처럼의 중국 전문가 출신 대사였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미·중, 한·중관계 등을 연구했다. 중국어에도 능통하다.

직무수행은 녹록지 않았다. 업무추진비 내역을 볼 때 중국 고위급 접촉 실적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여기에는 중국의 코로나19 정국과 강화된 반간첩법, ‘한국 길들이기’의 영향도 있다. 다른 나라 외교관들도 중국 당국자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정 전 대사 자신이 대사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대사의 역할은 국제정세를 진단하며 한국 외교의 대전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접점을 만들고 기존 채널을 유지하면서 구체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었다.

정 대사는 2022년 8월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언급하며 “파티는 끝났다”라고 발언했다. 교수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대사가 할 말은 아니었다며 기업인들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교민사회에서는 2023년 5월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차단됐을 때 대사관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데 불만이 깊다. 2023년 12월 한국 교민이 간첩죄 혐의로 체포된 이후 11개월 동안 정 대사의 영사 면회는 한 차례에 그쳤다. 대사관은 필요한 조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정 전 대사의 ‘30년 교수’ 경력은 ‘의전에 대한 집착’과 ‘불통’으로 발현됐다는 뒷말이 베이징 외교가와 교민사회에서 파다하다. 급기야 지난해 3월 대사에게 폭언 등의 갑질(부당행위)을 당했다는 직원의 신고가 외교부에 접수됐다. 외교부는 “갑질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지만 정 전 대사에게 구두경고했다.

정 대사는 지난해 6월 무렵부터 활발하게 중국 각지로 출장을 다니며 교민과 기업인들을 만났다. 월 1회 약 30분가량이지만, 한 언론사의 비공개 발언 보도를 이유로 2년가량 중단했던 언론 브리핑 질의응답도 복구했다. 한·중관계 회복 국면에서 임기를 마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엿보였다. 그리고 12월 계엄선포와 탄핵 국면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전후로 전 세계 외교가가 중국을 향해 긴밀하게 움직이지만, 한국은 예외다. 여당은 극우 유튜버와 결탁해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퍼뜨리고 혐중을 선동하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최소한의 채널 유지라도 절실한 때이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정 전 대사는 이럴 때 ‘서울대 교수’로 돌아가 퇴임하는 편을 택했다. 시작은 서툴렀어도 마지막은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는 평가를 받을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대사의 자질’과 관련해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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