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음 표적은 유럽연합?···머리 맞댄 EU 정상들 “단호히 대응”

김희진 기자

“EU산 수입품 10% 관세 부과 검토”

트럼프 관세 위협에 ‘대책 회의’ 분위기

강경 대응 목소리…일부 신중론도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이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이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관세 부과 대상으로 유럽연합(EU)을 겨냥하고 나서자 EU 정상들은 관세 위협이 현실화한다면 단결해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불공정하거나 자의적으로 (관세 부과) 표적이 되면 EU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EU와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라면서도 “분명히 새로운 과제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EU는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날 10시간 동안 이어진 정상회의는 애초 EU에서 방위 및 안보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성격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이어 다음 무역전쟁 표적으로 EU를 거론하자 사실상 ‘트럼프 대책 회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문제를 들어 “EU가 미국을 수년간 학대해왔다”라고 강조하고 “아주 곧”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수입품 전체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에 대해 (관세로)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미국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향해 관세 부과 위협 발언 수위를 높여 나가자 EU 정상들도 이날 한층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쪽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EU는 강력하며 우리의 이익을 추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기 전에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논의됐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우리에겐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도 우리가 필요하다”며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말했다. EU 상반기 순회의장국인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완전히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관세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EU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EU 차원의 공동 입장과 대응 방안도 다뤘다. EU 당국자는 정상회의에서 27개국이 “덴마크에 대한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으며 관련된 국제법 원칙을 상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후 EU 회원국이 조율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2020년 1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영국 총리의 EU 정상회의 참석은 처음이다. EU가 영국을 회담에 초대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EU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이 EU와의 군사 동맹 및 협력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7월 ‘EU와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후 EU 및 주요국 정상들과 연이어 회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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