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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몰아서 일하기’,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입력 2025.02.04 14:38

수정 2025.02.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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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특별법 정책 토론회 중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특별법 정책 토론회 중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중 고소득·전문가가 동의할 경우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반도체 특별법 정책 토론회에서 반도체 R&D 분야 고소득·전문직은 주 52시간 상한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며 노동계에 던진 말이다. 다만 예외를 둔다 해도 총 노동시간은 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대표의 말을 들은 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기시감의 뿌리를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다 보니 윤석열 정부가 2023년 3월 발표했지만 여론의 역풍 때문에 좌초된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이 머리를 스쳤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안을 발표했다. 관리단위를 확대하면 노동자가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노동부는 노동시간 총량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기시감은 또 다른 대목에서 반복됐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현행 근로기준법상 유연근무제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주 52시간 예외 필요성이 없다는 SK하이닉스 노동자 주장에 “(사용자가) 필요하다는데 왜 통째로 봉쇄하냐는 주장에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고 응수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유연근로제가 보완됐지만 (신청) 절차·요건이 쉽지 않아 활용률이 저조하다”며 관리단위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노동부 입장과 포개진다.

주목할 점은 이 대표가 2년 전에는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을 비판했다는 점이다. 그는 당시 정보기술(IT) 노동자 간담회에서 “69시간을 화끈하게 일하고 화끈하게 쉬자는 생각일 수 있으나 화끈하게 노동하고 화끈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성명에서 이 발언을 상기시킨 뒤 “‘이념보다 실용주의’라고 하지만, 이런 식의 말 바꾸기는 이념도 실용주의도 아닌 신뢰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윤석열식 ‘주 69시간 근무제’와 뭐가 다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토론회 중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반도체 R&D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시대착오적 접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가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어야 할 것은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과 같은 ‘노동법 밖 노동자’ 현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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