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재인계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친노무현계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4일 한 목소리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비이재명(비명)계 주요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정치권에서 분출 중인 개헌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개헌론에 거리를 두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으로 끝나선 안 된다”라며 “탄핵의 종착지는 이 땅에 그런 내란과 계엄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란 이전에는 권력구조에 관한 것이 개헌의 주요 쟁점이었지만 내란 이후에는 불법적 계엄을 어떻게 원천적으로 방지할 것인지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라며 “대통령의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강화할 것인지도 함께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향해선 “개헌 추진에 앞장서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개헌에 신중한 이 대표의 고뇌를 모르진 않지만, 정치권은 책임있게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개헌에 민주당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적었다.
이 전 사무총장도 SNS에 대선 승리를 위한 여러 과제들 중 하나로 개헌 소개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특히 개헌을 ‘중도층과 함께 가려면 넘어야 할 산’으로 규정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개헌을 능동적으로 밀고 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사무총장 역시 불법 계엄 방지를 위한 개헌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게 한 헌법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은 이를 악용해 북한에 위험천만한 도발을 생각하게 됐고, 비상 상황을 조작하려 했다”면서 “계엄을 완전히 폐지하거나 전시에만 한정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개헌론은 12·3 비상계엄 이후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국회의장·국무총리·당 대표 출신 여야 정치 원로들은 최근 잇달아 개헌 관련 간담회를 열고 분권형 권력 구조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개헌 국민투표를 늦어도 차기 대선이 치러질 때 함께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7∼19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민주당에 신속한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위가 구성되면 권력 구조 개편 등 개헌 방향을 제안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그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도 이날 통화에서 “당내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헌 논의를 계속 미룰 수는 없다는 고민이 감지된다.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 더 이상 침묵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 많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도 언젠가 개헌에 대해 답을 해야할 시점이 올텐데, 아마 ‘시간을 두고 국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폭넓게 의견을 모아 준비하자’고 말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김 전 지사 등의 비명계 인사들이 개헌론을 거론하며 당에 구체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정치적 공간이 좁아졌던 비명계 대선 주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본격적인 비전 제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지사는 향후 언론 접촉을 늘리는 등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그간 SNS 등을 통해 메시지를 단편적으로 전해왔는데, 이제는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