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 자리해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력이 미국을 제외한 경제 협력체 확산이라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미국 없이 독자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자 유럽과 아시아, 남미 등이 대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EU는 최근 두 달 새 3건의 무역협정 합의를 도출했다. EU는 지난해 12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25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하며 세계 국내총생산(GDP) 25%에 달하는 단일 시장 출범에 합의했다. 같은 달 스위스와도 무역 관계 강화를 위한 협정을 맺었고, 지난달 17일에는 멕시코와의 무역협정을 25년 만에 개편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해 있다. AP연합뉴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선 그룹 내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브릭스 회원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며, GDP는 40%에 달한다. 튀르키예·말레이시아 등도 앞서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힌 바 있어 회원국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고, 2020년 탈퇴(브렉시트)한 EU와의 관계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이후 5년 만에 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NYT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갈등 심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확인된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배경에서 비롯됐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일방적이고 보호주의적인 발언이 악순환의 고리를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 연구원인 야코브 키르케고르는 “미국을 배제한 무역 관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협정이 최선은 아니나, 미국이 자유무역 질서를 거부하는 최근 흐름에서는 “차선책”일 수 있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인 기디언 래크먼은 “트럼프는 ‘반미 동맹’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관세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을 제외한) 협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