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전 공모 혐의로 기소된 계엄 장군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측 “‘국헌문란’ 의도 없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측 “공소사실 전부 부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2·3 비상계엄을 사전 공모한 혐의를 받은 장군들이 4일 군사법원에서 서로 다른 재판 전략을 펴며 내란 혐의를 부인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내란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 직접 출석해 “대통령과 장관에게 그들의 계엄에 대한 생각에 수 차례 반대 직언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을 모의할 동기와 그로 인한 기대 이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31일 구속기소됐다.
여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국헌 문란’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은 이러한 의도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과 장관과 함께했던 자리에서 ‘계엄’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모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저희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 측은 대략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법리를 다투는 것이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형법 87조에 따르면 내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할 경우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받는다. 단순히 명령만 수행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받는다.
여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비상계엄이 위법한지, 평생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내란 행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검찰은 “위법성을 판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계엄 당시 여 전 사령관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지시를 받은 방첩사 대원들이 법리 검토 끝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여 전 사령관의 주장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0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와 달리 문 전 사령관 측은 전면 부인 전략을 폈다. 내란중요임무종사혐의 등으로 열린 문 전 사령관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문 전 사령관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부터 다투는 것이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사령관 측은 또 “정보사령관 업무만을 정당한 명령으로 받았을 뿐,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다른 사령관들의 임무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공모사실도 부인했다.
문 전 사령관 측은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해 12월 18일 문 전 사령관에게 체포영장 집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군부대 행정안내실로 불러낸 다음 체포한 것이 “기망(속임)에 의한 부적법한 체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검찰은 “체포영장 집행 사실을 사실대로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부적법한 체포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군 검찰은 또 “사실관계 다툼에 대해 추후 공판에서 증거로 입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