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세 번째로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 시간 동안 눈을 감고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등 앞서 출석했던 3~4차 변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4차 변론 때는 증인으로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기억이 나십니까”라며 직접 신문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날은 국회 측과 자신의 변호인단이 각 증인별로 신문을 마친 뒤 자신의 입장을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은 지난 4차 변론이 끝난 뒤 헌재 헌법재판관들이 평의를 거쳐 정한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5차 변론 진행에 앞서 “증인신문은 양측 대리인만 하고, 피청구인 본인(윤 대통령)이 희망하면 증인신문이 끝나고 의견 진술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하겠다”며 “이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결론”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변론 당시 자신의 변호인들이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신문할 때 중간에 끼어들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과 마주치지 않도록 증인이 가림막 설치를 원하면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출석한 증인들 중 이를 요청한 사람은 없었다. 국회 측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계속 답변을 거부하자 가림막 설치를 원하는지 물었으나 이 전 사령관은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 군인으로서 직책과 명예심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라고 거부했다.
반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국회 측의 증인신문 과정에 잇따라 끼어들어 이의를 제기했다가 제지를 받았다. 문 권한대행은 “(이미) 증거가 채택된 데 대해 계속 말씀하시면 신문을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절차를 늦추려는 시도도 계속했다. 윤 대통령 측 최거훈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공소 제기된 것이 오는 20일 첫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주 2회 (탄핵심판) 기일이 진행되면 대리인들은 공소 제기된 재판, 일반 사건도 처리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심판이 어려운 상황이 된다”며 “주 1회 정도로 기일 지정을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은 이날까지 31명 이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관에 대한 이념 공세를 펼치며 사실상 지지자들을 향한 선동 메시지도 내놨다. 최 변호사는 재판관들을 향해 “부디 이념, 소신 이런 거 다 버리시고 적어도 이 재판정에선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