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자회사 고위험 투자 밀어주며 위험성엔 눈감더니…결국, 그룹 전체로 부실 확대

윤지원·김지혜 기자

단기 성과 급급, 내규까지 어기며 부동산 PF 대출 ‘부메랑’으로

금융지주회사들이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이를 숨기거나 오히려 자회사의 고위험 투자를 밀어준 정황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확인됐다.

내부 규제로 막혀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리지론 대출에도 손을 댔다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해 리스크 관리는 뒷전으로 밀어놓은 것이다.

4일 금감원 검사 결과를 보면, 금융지주회사와 그 자회사들은 고위험 자산에 무분별한 투자를 하면서 위험에 대비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특히 호황기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부동산 사업에서 부실이 대거 발생했다.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의 손해배상 예정금액을 대손충당금 등으로 산출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다수의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인 신탁사가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추가 투입한 대출만 리스크로 잡고, 향후 손해배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안일하게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관행은 신탁사가 무분별하게 책준형 사업을 늘리는 배경이 됐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8조4000억원이던 책준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2023년 9월 17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산하 신탁사의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2355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위험도가 높아 내부적으로 막아놓은 브리지론도 편법으로 취급했다. 브리지론은 PF 사업 초기에 시행사가 용지 매입을 위해 단기간 빌리는 자금을 말한다.

KB의 경우는 철거 예정인 건물의 임대료를 상환 능력에 반영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9290억원(9건) 규모의 브리지론을 내줬다.

우리은행도 내규상 금지된 60억원대 브리지론을 취급해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KB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이미 오랜 연체로 부실화한 대출을 정상적으로 평가해 추가 대출을 내주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고위험 부실채권(NPL) 회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해 그룹 전체로 신용리스크를 전이시켰다. NPL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NPL 후순위채권을 담보로 3500억원대 대출을 취급한 식이다.

금감원은 “계열사가 이 대출자금으로 NPL을 추가 매입하는 식으로 외형을 확대해 그룹 내 신용리스크 및 부실 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검사 결과에서 나타난 부실 위험 등을 제대로 반영할 때 우리은행과 KB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0.1~0.2%포인트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은행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이 떨어지면 약속했던 주주 환원을 이행하기 쉽지 않고 신용등급도 강등될 수 있다”며 “우리금융지주가 발행한 채권 등의 금리가 올라 투자자들에겐 이자 부담이 커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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